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음, 강국주 편역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영, 정조의 태평천하 시대에 서얼로 태어나 평생 책 읽기만 매진했다는 한 선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의 뜻을 펼칠 방법이 없는 때에, 몸까지 약해 그저 책 읽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던 이덕무. 박지원, 백동수, 박제가, 유득공 등등과 교류를 하며 지금의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서 살았다던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옛 선인들의 글이라면 무조건 다 고루하고 재미없는  줄 알았다. 공자 왈, 맹자 왈만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다른 글은 읽어본 적이 없으나 이 책에 실린 글은 그렇지 않다. 제목처럼 '매미처럼' 깨끗하고 '귤처럼' 향기롭다. (선귤, 이덕무가 남산 아래에 살 때 자신의 집에 붙인 당호) 그리고 재치가 넘친다. 본인이 처한 상황을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달관한 것도 아닌 자조적인 글은,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다.

 

 

 

 

본인의 말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는 별 재주가 없던 '책밖에 모르던 바보'는, <한서> 한 질을 이불 위에 깔아 추위를 막고자 하고, <논어> 한 권으로 바람막이를 삼아 살다가 나이 마흔에 정조에게 발탁되어 규장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림도 잘 그리고 특히 비평에 뛰어났다던 이덕무는, 그러나 서자로 태어나 본인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답답함이 글 전반에 보이는 듯하다. 너무 심각하지 않고, 술술 읽히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 많아 가까운 곳에 두고 한 번씩 펼쳐봐야겠다.

 

<이문원에서 붓 가는 대로>

마흔 살 내 생애 참으로 우습구나.

해마다 술에 취해 지는 꽃에 누웠더라.

태평성대엔 버려진 사람 없음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남은 생애 벼슬길에 맡겨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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