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언제부터 사놓고 읽어야지 미루기만 하다가 드디어 읽었다.
너무 슬퍼 책을 읽기가 겁나더라는 이야기도 들었건만 난 감성이 메마른 건지 작가님의 내밀한 묘사에도 공감은 갔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슬픔보다는 통증 같은 느낌이었다.
작년 이맘때였나, 우연히 작가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작가님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가 처음이라 그때는 아예 읽은 작품이 없었던 때였는데, 차근차근한 말씨가 참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작품 또한 작가님의 말하기처럼 그날의 기억을 조용조용, 기계의 설명서처럼 직접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류의 관점에서 전개된다. 광주의 희생자 당사자들, 살아남은 자들, 그리고 희생자의 가족들. 패배할 줄 알면서도 공권력이 빠져나간 도청에서 끝까지 남아 짐승만도 못하게 죽어간 사람들, 살아남았으나 당시의 충격과 고문의 후유증으로 죽은 이들보다 나을 것도 없는 삶을 짐처럼 살아간 사람들, 그리고 가족을 잃고 사무치는 슬픔으로 또 다른 아픔을 감내한 사람들. 차분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이어가는 글의 전개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몰랐던 광주의 아픈 얼굴을 가만히 보여준다.
사투리에는 사람의 감정이 좀 더 잘 묻어나는 것만 같다. 희생자 어머니의 걸쭉한 광주 사투리가 그녀의 슬픔을 끈끈하게 내보이는 것만 같아서 읽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희생자들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그날의 광주는 폭력의 형태를 띠고 한국 사회에서 끝없이 재현된다. 너무 많아 기억할 수조차 없는, 사회적 약자 탄압의 형태로. 작가님의 표현에 따르면,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은, 한국인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친 어떤 중요한 한 장면이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해진 것이 있다. 유독히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해친 군인들. 그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다른 군인들보다 더 우악스럽게 폭력을 휘두른 대가로 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았을까. 이 나라의 어딘가에서 결혼도 하고 아들딸 낳아 잘 살고 있을까. 사람 죽이는 것으로 공을 쌓은 그 사람들도 나와 함께 숨을 쉬고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울고 웃으며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