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내 생애 단 한번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깔끔 담백 발랄한 글맛

정갈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치가 과하지 않으며 평범한듯 뻔하지 않다.

몇년 전 인터넷 후기를 보고 생각만 하다가 얼마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드디어 구입하였다.

사실 이번 말고 저번에 중고서점을 갔을 때도 작가님의 다른 책을 아주 살짝 훑어보았는데 솔직히 그렇고 그런 수필 아닐까 싶어서 내려놓고 왔었다. 세상에 나만큼 힘든 사람은 없었고, 그래서 내가 이런 걸 배웠으니 너희도 그렇게 살아라, 하는 식의.

책을 다 읽어보니 그때 그냥 사왔을 것을 하는 후회가 든다.

요즘같이 자극만 추구하는 시대에 심심한듯 맛있는 글이라 더 귀하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널려있는 평범한 소재를 끄집어낸 작가의 글과 생각이 참 재미있다.

그런 별 것 아닌 소재를 포착하여 자기식으로 풀어내는 것 또한 능력이겠지.

작가님의 나머지 글도 읽어봐야겠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

...이라고 생각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작가님은 2009년 이미 작고하셨더라.

이 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이제 책 한권 읽은게 다이지만 어쩐지 슬프다.

그래서 그분의 진짜 유언이 뭔지 찾아봤는데 어머니께 남겼다고 한다. 먼저 가서 죄송하다고, 아버지를 만나고 있겠다고.

이렇게 좋은글을 쓰신 분이 왜 그렇게 빨리 가셨을까.

본인이 겪은 아픔이 있으니 남의 아픔에 세세하게 공감할 수 있었을테지만 그것도 그분의 그릇이 되니까 가능했을 것이다.

힘든 일을 겪을만큼 겪고도 자기 안의 아집만 세지는 사람이 수두룩한 걸 보면 말이다.

좋은 작가님을 이미 세상을 떠난 후에 알았다. 엉엉. 슬프고 아쉽다
 

"이렇게 죽기 싫은데 유언은 무슨 유언"




평소 유명인들의 유언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님께서 학생들의 숙제를 채점하다가,(작가님은 서강대 교수님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유언집에 코를 묻고 본인은 어떤 유언을 남겨야 될까, 나도 괜찮은 유언을 남기고 싶은데. 난데없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위급한 상황에 빠졌다는 오해를 하게 되고 상황(?)이 정리된 후, "이렇게 죽기 싫은데 유언은 무슨 유언" 하며 실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