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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ㅣ 라틴어 수업 1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어왔던 때가 있었다. 책이고 티브이 프로그램이고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넘쳐났다. 그런 책이나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살기 바빠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어 보자, 좀 느리게 해보자, 하는 식의 이야기를 했고 언제나 푸른 하늘과 초록색 이파리와 산에 들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작은 들꽃 같은 그림을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도대체 인문학이 뭘까? 생각해 보면 참 모호한 개념이다. 검색해 보니 인문학이란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이란다. 그렇구나. 우리는 인간에 대해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멈춰서 돌아봐야만 하는 무언가가 된 시대에 살고 있나 보다.
그간의 열풍을 타고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출판된 책이 얼마나 많을까? 나도 이런저런 책을 읽어봤지만, 막상 뭐 되게 기억에 남거나 마음에 쏙 들거나 한 책은 별로 없었다. 너도나도 <인문학>이란 걸 표방하길래 그래 사람 좀 돼보자 싶어 읽어봤지만 막상 다 읽고 보면 학문을 기반으로 한 자기 개발서 내지는 실용서의 느낌?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이런 게 진짜 인문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저자가 한 대학교에서 했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로 이전에 읽었던 신영복의 <강의> 도 강의록이어서 교양수업 연강 듣는 느낌. 게다가 이전 책은 동양 고전에 대한 이야기였고 이 책은 (라틴어에 관한 이야기니까) 서양에 대한 이야기를 연달아 보게 되었다.
제목이 <라틴어 수업>이라 라틴어라는 언어에 대한 문법과 쓰임 같은 것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라틴어 표현 하나에 얽힌 로마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져 생각을 유도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 있지만 그래서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을 생소한 라틴어라는 주제와 연결해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입시에 치여 생각 한 톨 할 겨를도 없이 대학에 들어가 또 취업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강의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강의 당시 수강 신청 경쟁이 치열했고 타 대학에서 청강까지 왔었다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언어 공부라면 이제 신물이 나는 나도 라틴어가 뭔지 몰라도 한 번 배워볼까?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좀, 책에서처럼 이렇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 학생들이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밟아 나갈 수 있게.
언어는 그 자체의 학습이 목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목적이 강합니다. 앞의 강의에서 말했듯이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입니다. - P64
공부한 사람의 포부는 좀 더 크고 넓은 차원의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P66
Postquam nave flumentrasit, navis reliqencda est in flumine.
포스트쾀 나베 플루멘 트란시이트, 나비스 렐린 쿠엔다에스트 인 플루미네.
강을 건너고 나면 배는 강에 두고 가야 한다. - P73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해요. 그 둘 사이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 P101
공부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잘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P138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추는 것, 그것이 결국은 힘이 되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일 겁니다. - P143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스스로 인간이라고 자각하고 난 뒤부터 신을 경배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158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달려본 사람만이 압니다. 또 그게 내가 꿈꾸거나 상상했던 것처럼 대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만큼 불필요한 집착이나 아집을 버릴 수도 있어요. - P161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일로 미룰 겁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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