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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 위기에 내몰린 개인의 생존법은 무엇인가?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평점 :
책 제목으로만 보았을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전쟁 , 테러등 계속되는 재앙속에서 말그대로 사회와 자연속에서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속에서 어떻게 개인이 극복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사회 비판책으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보니 정치철학자인 두 저자가 쓴 책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었다.
책의 첫장에 나온는 말로 프리드리히 니체는 끝없는 위험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살아있음의 가장 확실한 징표라고 말했다. 안전의 달성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근대 국민국가와 그것들로 이루어진 국제체제를 형성한 근간이었다면, 이제는 위험이 실질적으로 상존한다는 믿음이 새로운 체제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통치와 주체 형성의 기법도 새로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자유주의 체제에 복무하는 기관들은 회복력이 전 세계에 걸쳐 개인과 사회가 반드시 가져야할 근본적인 특질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회복력을 가져야만 위험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 책은 자유주의 안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회복력 담론으로의 전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위험하게 살자"는 니체의 언명을 일견 온전히 받아들인 듯이 보이는 이 전환의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 살펴본 첫 연구서라고 한다.
여기서 "회복력" 은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에 대해, 시스템과 그것의 구성 부분들이 악영향을 시의성 있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예측,흡수,조정하고 그로부터 적절히 회복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는 필수불가결한 구조와 기능들을 보존, 복원,향상 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달성된다고 한다.
저자들은 정치철학자 답게 칸트,푸코,바우만 등 서양철학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짚어보고 9.11테러 당시 강 건너편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동안 강 맞은편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이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을 포착한 토머스 횝커의 사진을 통해 비극의 발생과 이를 극복하는 시민적 영웅주의 라는 서사와 달리 모종의 거리두기에 의해 가능해진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사건은 다르게 경험된다. 하지만 9.11 발생 10주년 즈음 회복력은 명백하게 사회의 지배적인 모티프가 되어 있었는데 잡지 기사부터 예술 전시에 이르기까지 9.11은 미국이 적대적인 상황에 처했었지만 결국에는 건재함을 이야기하는 수사적 장치가 되었다고 한다.
불안전이 정상인 세상으로 자리잡은 현대에 이르러 재난은 어떻게 신자유주의에 부합하는가? 최근들어 각분야로 부터 쏟아져 나오는 회복력이 전략은 취약한 자를 예의주시하게 하는데 끊임없는 위기 속에 생존해야되는 개인으로서는 이 책이 정치철학서로 어렵게 풀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곱씹어보며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것이 있다고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