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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평점 :
인간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바로 자기 안을 들여다보며 탐구해서
발견한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는
순간 속에 있음을. p12

전업맘이 되어 제 손으로 십 원 한 장 벌 수 없고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자아를 분출할 길 없는 형편이 되다 보니, 유일한 해방구는 제가 가진 '숙련 기술'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10년 이상 해왔던, 글을 끼적이는 일이었습니다." 저자가 2016년 두 번째 책의 출간 소식을 전하며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글쓰기가 절실해지기 시작했던 당시의 심정을 불러내는 글귀라고 하는데.. 엄마로서 육아를 하고 있다면 모두 공감할 글일 것이다. 비록 내가 글을 써온 사람은 아니지만 글쓰기는 여성에게 최적화된 노동이라고 한다. 억압받는 삶 속에서 비교적 물리적으로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 노동인 까닭이다. 이는 여성의 한계 그리고 동시에 가능성에 대한 명제이기도 하다.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 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 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 공감하고, 흡수하고, 대화해가는 소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에게 적합하다고 말한다.

어제 썼던 글도 하루 지나 보면 새롭다. 어디 그뿐이랴. 한 달 지나 보면 이번에는 다른 이가 쓴 것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과거에 쓴 글 속에서 예전의 나를 직면했을 때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있고, 서먹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의외의 통찰을 얻을 때도 있다. 왜일까. 우리가 매일같이 스스로를 갱신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p26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 글쓰기가 어렵다. 스스로 드러낼 수 없어서다. 자기 세계가 갖는 가치를 표혈할 수도 없다. 글쓴이의 인격이 담기지 않은 글은 타인에게도 매력을 주지 못한다. 비록 자신을 끄집어내어 그 안의 모순을 맞닥뜨리는 일이 고통일지라도, 온전히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고행과도 같은 노동을 이어가야만 한다. p29
자신의 글이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은 독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읽는 이가 나의 글을 통해 새로운 정보와 관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확고해지면 글을 쓸 용기가 샘솟는다. p52

책이 총 4장으로 나뉘었는데 1장이 끝날 때마다 어떻게 쓸 것인지 구조와 흐름/ 호흡과 리듬/ 정확성과 표현/ 시작과 끝맺음으로 나뉘어 글 쓰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나날이 예쁘게 크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 행복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나의 존재는 쪼그라드는 것 같다는 작가의 말을 보며 나도 동일하게 느끼는 바였다. 아이들이 쑥쑥 커가는 만큼 나는 사회에서 단절되어 점점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겼는데 글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