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무어 1 - 모리건 크로우와 원드러스 평가전 네버무어 시리즈
제시카 타운센드 지음, 박혜원 옮김 / 디오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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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 그대로다.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 소설의 첫번째는 "작가가 세운 새로운 세계가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되어있는가? "이다. 해리포터가 대단했던 이유는 기차역의 3/4 정거장부터 시작해서 호그와트 마법학교, 그리고 그곳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까지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만큼 엇갈리지 않고 움직여줬기 때문이다.

  해리포터에 버금가는 소설이라니 ....이 소설이 출판시장에 나왔을 때 세계 각국에서 열광했던 이유는 분명해보인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작가가 만들고 있는 세계의 모습도 눈에 그려지는 듯 섬세하다. 이븐타이드에 태어난 저주받은 아이, 그녀를 그림자사냥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나타난 주피터 노스와 네버무어로 출발, 그녀의 후견인 주피터 노스와 윈드러스 평가전을 준비하는 모습이 살짝 전개된다.

  1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대박조짐이 넘친다. 적어도 나는 이 책 끝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챙겨 읽겠구나 확신이 든다. 상반기에 읽은 곰탕만큼 강렬하다. 우산을 쓰고 건물 옥상에서 한 명씩 뛰어내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난 모리건 크로우에게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꼭 네버무어가 아니었더라도 유토피아였을테다. 자존감 바닥의 그녀가 원드러스 평가전을 거치면서 쑥쑥 성장해 나갈 것이 기대된다. 몇 가지 설정이 해리포터와 겹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모리건 크로우가 자신이 살고 있던 현실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는 것, 마법학교와 대치되는 원드러스 협회가 있고  그를 보호하는 바람직한 어른캐릭터가 존재한다는 것,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볼트모트를 떠올리게 하는 악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앤롤링이 만들어낸 세계만큼이나 매력적인 공간이 끈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향후 몇 년은 네버무어의 매력발산 시기가 될 듯 하다. 얼른 2권부터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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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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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를 소재로한 소설이 나왔다. 작가 김숨의 <흐르는 편지> ....위안부 관련된 이야기는 약간의 부담감이 따라붙곤 해서 나도 모르게 피하곤 했다. 그녀들의 삶이 알면 알수록 처참해서 그저 성노리개로 수십명의 군인을 받아내야했던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들을 위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그들의 희생를 딛고 오늘날 내가 이리 편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만 같은 부채감, 죄책감이 나를 옥죄였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시절 그 분들을 위해 수요집회에 단 한 번이라도 참석하겠다. 나눔의 집 방문을 하겠다. 마음먹었지만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졸업하고 말았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김 숨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큐처럼 전하는 방식만을 고민하다 용기를 낸거라고 했다. <흐르는 편지>는 그녀가 위안부 문제를 다룬 두번째 책이자 첫번째 소설이다.
   공장에서 돈을 벌려고 온 금자는 세계위안소를 거쳐 이곳 낙원위안소에 오게되었다. 한글도 모르는 그녀는 날마다 강물에서 빨래를 하다 목욕을 하다 손가락을 강물에 담고 그리운 엄마에게 편지를 쓴다. 부쳐달라 부탁해도 편지를 받아놓고 부쳐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고향집 주소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에 그녀는 손가락을 물 속에 담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편지를 쓴다. 
   일본군인의 아이를 갖게 된 자신을 미워해야하는지 불쌍히 여겨야하는지도 모르는 아직 어린 소녀다. 어떤 날은 아이가 그냥 뱃속에서 죽어버리기를...... 그러다가도 아이가 살아있기를 지금의 자신의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주기를 바란다.  아기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 전쟁터에 나와있는 일본군도 살아남기를 바라기도 한다.
  참혹했던 그녀들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으면서도 다큐멘터리 사진이나 영상만큼 잔인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전쟁 영화처럼 끔찍한 장면이 줄지어 심장을 폭격하진 않는다는 것일 뿐, 대신 글의 화자인 금자의 상황에 이입된다. 그녀의 아픔, 감정 등이 진하게 전해온다.
  짧은 문장은 감정의 전달보다는 화자의 시크함, 차가움, 빠른 전개만을 전달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를 작가 김숨을 <흐르는 편지>를 통해 확실히 바꿔주었다. 짧은 문장은 화자에게 확 이입되지는 않으면서도 그 감정을 과하지 않게...그러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해준다. 쥐어짜지 않는 감정선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가의 필력 덕분에 위안부 소재의 이야기를 감정의 분노로 헐떡거리지 않으며 읽을 수 있었다. 의례 이런 이야기는 분노조절장애로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끝까지 제대로 읽었다.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적개심보다는 사람을 바라보게 해 준 점이 그렇다.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만 이끌었다면 순조롭게 끝맺지 못했을테다.
  분명 마음이 아픈 이야기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가 반듯이 알아야하는 이야기다. 껄끄럽고 부끄러워서 그분들이 아니라 내 자신이- 지독한 부채감에 피하기만 해서는 안되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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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연애 - 늘 버티는 연애를 해온 당신에게
을냥이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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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대한 책을 많이는 아니지만 몇 권 읽었다. 읽을 때마다 어찌 그리 짜증이 일던지....연애를 안 해본 것 티내는 것인지 그들의 감성을 쉬이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너무 사랑하고 있는 그들도, 너무 상처받은 그들도 나에게는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을의 연애>, 분명 시작은 갑이었으나 어느 순간 을이 되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몇 번의 썸과 단 한 번의 연애 경험이 전부인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나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테다. 나만 그럴까?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렇게 연애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먼저 다가와 연애를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화를 기다리는 것도, 오지 않는 전화를 닥달하는 것도 무심해진 그의 행동에 상처받는 것도 나인 듯 느껴지는 연애, 그런 연애가 아니었음 하는 바람 때문에 밀당이란 것을 시도해보지만 이것 저것 계산해야하는 연애 감정에 지치고 그에게 어떤 요구도 하고 싶어지지 않아지는 상태로 지내게 되는 것, 그저 관계의 유지만 있는 상태..........

  <을의 연애> 나는 결국 을이었던가? 깨닫게 하는 책, 하지만 한 편으론 나의 밀당아닌 밀당 때문에 옆 사람 역시도 을이 되었겠구나 깨닫는다. 밀당은 아니었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아 행했던 나의 행동들로 인해 그 사람도 상처받았겠구나 싶어졌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쳤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을의 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는 연애를 계속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책의 이야기는 끝나버린 연애라서 훌훌털고 자신을 위로하며 끝났지만 나에게는 계속 진행형이라 갑과 을이 존재하지 않는 연애의 포맷을 새롭게 만들어야할 숙제가 남겨졌다.

  갑이 없는 을의 연애를 하는 많은 이들이 한번쯤 자신의 연애,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며 조금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겠다. 풀릴 수 있는 숙제일지는 모르지만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내내 나의 숙제 우리의 숙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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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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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이면 교실 칠판을 낙서로 채우곤 했다. 떠든 사람, 얼레리 꼴레리 뭐 고런 것들, 고런 것들 중 최고는 역시나 졸라맨....아마도 이 책에 나온 막대인간은 졸라맨의 영국버전이지 싶다. 어느날 내가 낙서했던 졸라맨들이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발견된다면 그건 정말 끔찍 그 자체일테다.

  그 끔찍함을 긴장감을 제거하고 이야기해주는 책이 <초크맨>이다. 이 책을 끌고 있는 것은 영국 작은 시골마을의 살인사건이다.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사체의 머리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이 글은 그녀를 죽인 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인데 스릴러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화자와 친했던 세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가 그 해 가을 이 마을을 덮친 두 건의 죽음 이후 관계가 어긋난다.

  형의 죽음 이후 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한 메탈 미키, 에디의 아빠와 자신의 아빠의 싸움 이후 서먹해지다 이사를 가야했던 친구 니키, 사랑하는 개가 죽은 뒤 방황하는 호포, 미키와 관계가 소원해진 뒤 자연스레 해체분위기를 겪었던 개브와 에디 ....누구보다 친했고 가까웠던 그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저 아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친구와 나누었던 그 느낌까지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누군가에게 밝히지 못할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걸 친구에게까지 숨겨야한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로에게 거리를 두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종료된 후에 서로가 서로에게 털어놓게되는 그 진실들 앞에서 그들은 다시 예전 서로를 아끼던 그 느낌을 되살리게된다.

  소년이었던 이들이 자신들을 뒤흔들었던 그 사건들을 잊고자 노력하며 살았던 그들이 어느날 자신들에게 배달된 초크맨 그림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그때 자신들이 숨겨두었던 그 사건들과 조우한다. 자신에게만 배달된 줄 알았던 초크맨이 이들모두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고 보낸 사람을 찾아내려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그럼에도 주저앉지 않고 뭔가를 해보고자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이들의 성장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잘날 사람이 없다. 성공이라 부를 만한 것을 이룬 사람도 없다. 그저 그렇게 평범한...아니 그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위화감도 들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니깐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하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경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나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또한 사실이고 .

  그래서였다. 긴장감없는 덤덤한 스릴러를 읽으면서도 계속 읽고싶었던 이유는...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으니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내가 잘못했던 일....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계기점을 만날 수 있는 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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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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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조선왕조실록 중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덕일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이덕일의 글을 좋아한다. 사학자들 사이에선 비주류라는 이유로 인기가 그닥이라는데 글쟁이로서의 이덕일은 참으로 야물닥진다. 그리고 이번 책으로 인해 그에 대한 나의 신뢰도는 더 높아졌다.

  역시나 맘에 든다. 처음에는 이성계라는 인물이 책 한 권으로 이야기해야할 정도로 할 말이 많은 인물인가? 그저 고려가 망할 때 쯤 나타나 이씨왕조를 세운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인물아닌가 싶었는데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나에게 충격은 정몽주...이번 책에서 본 것이 처음이 아닌데도 나에게 정몽주란 단심가 때문인지 고려의 충신으로만 기억하는데 그는 명의 제후국 신하였을 뿐이라는 말에 또다시 실망....이러다 정몽주란 인물을 파고들수록 실망만 덧붙일 듯....이래서 고정관념이 무섭다. 그가 최영장군과 같은 충신은 아니질라도 중간은 하는 놈이었는데도 기존에 그에게 갖고 있던 고고한 이미지가 박살나니...오히려 기회주의자보다 못한 사대주의자일 뿐이다.

  가장 멋짐 뿜뿜해주신 분은 최영장군....검소해, 자기 자신에게 철저해, 권력욕도 없고 오로지 고려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그 정신 본받고프다. 물론 그가 시대를 읽지 못했고, 그보다 못한 왕을 섬겼기에,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려라는 나라가 사라질 수 밖에 없었지만 고려의 마지막이 그래도 이 분이 계셨기에 초라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다고,

  이성계도 새롭게 다가왔다. 고려말 장수에서 조선건국의 시조가 된 이, 태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판을 읽지 못하고 본인의 욕심으로 왕자의 난을 불러일으킨 이, 활의 명사수, 함흥차사....이런 내용들로 기억해서 나이 지긋한 왕의 모습이었는데 젊은 그는 좀 달랐다. 겸손하고 전쟁터에서 물러섬이 없었던, 함께 전장을 누비는 동료를 돌볼 줄 아는 장수의 모습은 의외였다.

  나름 역사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일순 부끄러워지는 책이다. 그래서 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고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해주는 책이라니....고려 말의 역사에서부터 조선건국에 이르는 거의 모든 흐름을 꿰뚫게 해주는 적지 않은 쪽수에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만족 만족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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