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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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이면 교실 칠판을 낙서로 채우곤 했다. 떠든 사람, 얼레리 꼴레리 뭐 고런 것들, 고런 것들 중 최고는 역시나 졸라맨....아마도 이 책에 나온 막대인간은 졸라맨의 영국버전이지 싶다. 어느날 내가 낙서했던 졸라맨들이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발견된다면 그건 정말 끔찍 그 자체일테다.

  그 끔찍함을 긴장감을 제거하고 이야기해주는 책이 <초크맨>이다. 이 책을 끌고 있는 것은 영국 작은 시골마을의 살인사건이다.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사체의 머리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이 글은 그녀를 죽인 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스릴러인데 스릴러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 화자와 친했던 세 명의 소년과 한 명의 소녀가 그 해 가을 이 마을을 덮친 두 건의 죽음 이후 관계가 어긋난다.

  형의 죽음 이후 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한 메탈 미키, 에디의 아빠와 자신의 아빠의 싸움 이후 서먹해지다 이사를 가야했던 친구 니키, 사랑하는 개가 죽은 뒤 방황하는 호포, 미키와 관계가 소원해진 뒤 자연스레 해체분위기를 겪었던 개브와 에디 ....누구보다 친했고 가까웠던 그들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저 아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친구와 나누었던 그 느낌까지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누군가에게 밝히지 못할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걸 친구에게까지 숨겨야한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서로에게 거리를 두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것이 종료된 후에 서로가 서로에게 털어놓게되는 그 진실들 앞에서 그들은 다시 예전 서로를 아끼던 그 느낌을 되살리게된다.

  소년이었던 이들이 자신들을 뒤흔들었던 그 사건들을 잊고자 노력하며 살았던 그들이 어느날 자신들에게 배달된 초크맨 그림을 보며 어쩔 수 없이 그때 자신들이 숨겨두었던 그 사건들과 조우한다. 자신에게만 배달된 줄 알았던 초크맨이 이들모두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고 보낸 사람을 찾아내려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그럼에도 주저앉지 않고 뭔가를 해보고자 노력하는 그 자체가 이들의 성장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잘날 사람이 없다. 성공이라 부를 만한 것을 이룬 사람도 없다. 그저 그렇게 평범한...아니 그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위화감도 들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니깐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하며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경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나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또한 사실이고 .

  그래서였다. 긴장감없는 덤덤한 스릴러를 읽으면서도 계속 읽고싶었던 이유는...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으니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내가 잘못했던 일....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스스로 용서할 계기점을 만날 수 있는 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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