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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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낙서같은 글들에 공감이 이뤄지질 않아 책이 탐탁치 않았다. 청춘이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것을 공감하기엔 내 나이가 좀 들어서리....전부다 이런 식이면 이 어찌 읽나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1장을 넘어서고나서부터는 연애감정보다는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결정이 순간이 왔을 때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했는지를 이야기한다.

 

  역시 낙서의 묘미는 공감의 형성이다. 화장실 벽에 적혀있는 시 한구절이 맘을 울리면 그것이 즐거움이 되듯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이 시작되면서 글을 읽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내가 했던 고민을 그녀도 한다는 것이 어떤 위안을 주기도 했고 위안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동질감만으로도 글을 읽고 있는 내게 만족을 주었다.

 

  시라 말하기도 에세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길이의 글들이다. 덕분에 쉽게 읽힌다. 잔잔히 생각에 잠기게 하고 나도 이랬었지하고 고개도 끄덕이고 그러면서 읽었다.

 

 햇볕 좋은 날

 

날씨가 좋다.

 

드문드문 보이는 길가의 꽃도 예쁘고 그 곁에 자리한 풀도 귀엽다. 과분하리만큼 행복한 건 오랜만이다. 이런 날 이런 기분이 들 때면 나는 꼭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나중에 하자며 밀어두고 묻어두었던 일들을 꺼내어 정리할 용기가 생긴다.

 

나는 이런 날이 좋다.

 

새로이 오는 것은 오는 대로 받아들이고 지나간 것은 잉가 무엇이었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날. 굳이 볕 좋은 때를 기다린 다음에야 먼지를 털어내고 햇빛을 마주하는 이유다.

 

 

오늘이 딱 이랬다. 햇살이 넘 좋아서 근처 공원에 가서 혼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책을 읽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했던 마음도 조금 수그러드는 것 같고 나도 이런 날이 좋다. 열심히 살아야할 것만 같은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

 

방황해도 괜찮아

 

많은 방황의 시간을 지나 보내고도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러나 끝없이 방황하던 이전과의 차이라면

이제는 내 안에 분명한 중심이 생겼다는 점,

주변의 소리와 소음이 더는 나를 크게 흔들지 못하다는 점

에만 힘쓰며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지구 위에 존재하는 한낱 작은 생명체로서

오로지 정착에만 힘쓰며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살아 있는 한 어쩌면 삶 자체가 곧끝없는 방황일 텐데

 

언제나 머물러있지 않고 전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방황이라면 나는 끝없이 방황하고 싶ㄷ.

바람이 데려가는 곳으로 햇살이 비추는 곳으로

서풍이 불면 동쪽으로 동풍이 불면서쪽

아무렴 나는 방황하고 싶다.

 

수많은 유혹에 흔들려가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방황하며 살고 싶다.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이 40을 먹어도 나는 여전히 나는 방황하고 있고 흔들리고 있다. 단지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내 안에 분명한 중심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좋다. 조금 방황하더라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방황하며 살고 싶다.

 

 

  읽다보면 자꾸만 그녀의 낙서 옆에 나의 낙서를 덧붙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머 너도?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 하며 말이다.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끼리 가볍게 수다로 이야기해봐도 좋을 듯한 책이다. 꾹꾹 감정을 눌러가며 읽어야하는 책도 아니고 철학적 사유를 위해 고민고민해야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 한 번 꺼내들고 후루룩 읽어도 아니 마음에 와닿는 한 부분만 읽어도 괜찮을 성 싶은 글이다. 대신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 딱 고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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