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문제 -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
재키 플레밍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가볍고 쉽게 읽히는 책이다. 글도 짧고 심지어 그림도 많다. 그 짧은 문장 속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남성의 편협한 시각에 속이 상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이야기고 지금은 어느정도 개선이 되었기에 이걸 가지고 부글부글거리기는 애매하지만 조금 화도 나고 한 편으로는 지금 이 시기에 살아감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제목을 보고서 짐작했겠지만 <여자라는 문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오래된 고정관념들에 대한 문제제기다. "역사책에 왜 여자는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저자가 찾아낸 해답지라고도 할 수 있다. 남성 위주의 역사에서 지워지고 잊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서두작업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남성학자들의 여성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 몸서리가 처진다.

 다윈  " 늘 집에만 머무르는 여자들의 성취는 남자들의 성취에 비하면 하잘 것 없으니 이는 곧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증거라네"

 루소 " 소녀들의 기를 어린 나이에 꺽어 놓아야만 남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자신의 본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쿠베르탱 남작 " 여자들이 공을 던지는 모습은 차마 눈으로  보기조차 괴로우며 뭐니 뭐니 해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박수를 칠 때다"

  존 러스킨 " 여자의 지성은 발명이나 창조를 위한 것이 아니다.....여성들의 진정한 재능은 칭찬하는 데 있다. " ......................이런 쿠베르탱 같은 인간 같으니라고 ...........

  피카소 "여자들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

  쇼펜하우어 "예술분야에서, 아니 분야를 막론하고 여자는 위대하거나 독창적인 업적을 성취할 수 없다"

  칸트 "여자에게 수염이 나면 매력이 사라지고 남성에게 여성적 매력의 힘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는 여자가 의학을 공부하면 가슴이 볼품없어질거라고까지 했단다. 의사라는 사람이 하는 이 무식한 말들을 듣고도 반론조차 제기할 수 없었던 그 시대 분위기가 속이 상한다. 나름 혁신적인 생각을 하던 이들인데 그들에게 여자는 그저 그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만 같아 위에 적힌 이들이 다시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와서는 인정되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는 없지만 허세 당당한 남성으로부터 "그렇다면 업적을 남긴 여자에 대해 말해보라" 따지고 드는 발언을 들은 적은 많다. 나이 먹어서는 이런 이야길 나눌 공간조차 없어 모르겠지만 대학 시절 이런 주제로 엄청나게 싸우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나의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의 나 자신의 모습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짧지만 임팩트있는 책, 고민없이 읽고 싶지만 절로 현실을 둘러보게 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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