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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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개가 아깝지 않다. 읽다보니 새벽 두시....끝을 내야겠다 다짐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500쪽이 넘는 두께감을 느끼지 못하고 읽어낼 정도로 문장 속에 빨려들어갔다.

 

  콕 찝어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전쟁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다. 읽고 난 뒤의 씁쓸하고 껄끄러움을 견디기가 힘들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살기 위해 총을 쏘고, 죽이고 하는 과정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그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전쟁의 참상을 세세히 묘사하지도 않거니와 대부분의 전쟁소재 소설과는 다르게 이념이나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다.


  학교 다닐 때 한 번 들어본 것이 다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이 글의 배경이다. 신기한 것은 이 소설의 작가가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세계2차 대전 당시 독일과 함께 제국주의, 전체주의 노선을 갖고 있었고, 글의 주인공인 팀 콜이 속한 연합군과 대척점에 있던 나라인데 ....전쟁세대가 아니라 그런지 패전국의 묵은 응어리도 들어나지 않으면서 전쟁을 서술하는데 이토록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감각적일 수 있을까 감탄했다. 하물며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 거주하는 오리지널 일본인...그래서 가능한 서술이다 싶으면서도 어찌 생각해보면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 누군가로부터는 반대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랐을 수도 있는 이가 온전히 상상력과 노력으로 써낸 결과물이니


  미국이 극심한 경제공항을 겪고 얼마되지 않아 2차대전이 일어났다. 미연방공화국은 연합군 참전용사를 모집했고 남부 작은 마을 잡화점집 아들인 팀은 마땅히 정해진 진로도 없이 방황하던차에 돈이나 벌어볼 심사로 혹은 너도 나도 지원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등에 업고 당당히 지원한다. 그가 맡게된 임무는 조리병...후방이라는 개념없이 전쟁시에는 용사로 평화시에는 조리병으로 근무하는 특수병사....남들은 벌칙처럼 생각하는 역할이지만 콜은 그 일이 그리 싫지 않다. 가장 소중한 물건만 챙겨 꾸리는 전장에 팀이 선택한 물건이 할머니의 레시피공책일 정도로 그에게는 만족스런 임무이다.   키드라 불리는 팀콜은 조리병 리더이자 못푸는 수수께끼가 없는 추리왕 에드,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디에고, 작전 중 자기 소대가 해체되어 어부지리로 합류하게된 말없는 던힐과 함께 짠빱을 책임진다. 


  이야기 속에 전쟁터 요리사의 사명 숙명 ...이런 머리 무거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에서 전쟁터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미스터리를 풀어내고 그 과정 속에서 그들끼리 우정을 나누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장소가 장소인 만큼 심각하고 전쟁터라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일들도 생겨난다. 그 어떤 미스터리 사건보다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디에고와 에디의 일이다. 전쟁이 나면 어느 순간 옆에 있던 동료를 잃을 수 밖에 없고 그를 위한 마음으로 했던 일이 오해로 틀어지는 일이 큰 일도 아닌 것처럼 묻어질 수도 있지만 키드라는 별명처럼 마음도 여리고 작은 동네에서 한정된 사람만 만나 한정된 경험을 했던 팀으로서는 작은일로만 여길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 친구는 에디가 죽은 이후부터는 뒤에 얼마나 더 참혹한 일이 나올지 몰라 글을 읽고 싶지 않아졌다 했다. 누군가 한 명은 죽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에디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터라 나 역시 순간 놀라기는 했지만 그 친구보다 조금 더 센 심장을 가졌는지 무사히 넘어갔다. 에디의 죽음 이후는 그야말로 전쟁터의 이야기로 글의 분위기가 확 변화한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찹찹한 ....

  

  그리고 마지막은 충분히 일본스러운...솔직히 말하면 한국소설처럼 끝이난다. 전쟁이 끝난 뒤 평화로운 그들의 재회.....

그냥 웃음이 났다. 이제보니 한국영화의 마무리는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정서를 가진 나라임이 확실하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구도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나쁘지 않았다. 단지 좀....아쉬웠달까....그래도 아직까지는 이달에 읽은 책 중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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