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 어쨌다고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1
부키 바이뱃 지음, 홍주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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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살아온 나로서는 둘째 아이의 이야기에 쉽게 공감이 가질 않는다. 아무리 남들이 그렇다고 해도 둘째가 눈치가 빠르고 애교도 많고 하다는 것은 ...그런가? 하는 어설픈 긍정에 그친다. 둘째라서 뭔가를 못해보고 둘째라서 손해를 본 것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내 눈에는....그런데 작년인가 동생이 예전 이야기를 꺼내면서 언니는 과외도 받아보고 하지 않았느냐고....자기는 섭섭한 것이 있었다고 해서 놀랐다. 자기가 아니면 모르는 이야기들이 언제나 존재하는 듯 하다.

 

    책장을 펼쳤는데 말보다 그림이 크다. 가벼운 두께에 그림도 많고 일기형식이라 대충 살펴도 쓱쓱 잘 읽힌다. 책 읽기가 뜸해진 우리 딸을 위한 책인 만큼 잘 선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는지 딸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조금 더 깊은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건 그저 엄마의 바람인가보다. 우리 딸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윔피키드를 잘 읽었다면 좋아할거란 광고는 과장이 아니었다. 윔피키드를 좋아하는 딸 만큼이나 나 역시 요런 책을 즐기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가벼운 이야기 같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그런 책들....아주 아주 이뻐라 한다.

 

  청록색의 표지부터 시선 강탈!!! 밀린 숙제가 어마어마 많은데도 빨리 보고 싶어 이 책부터 손이 갔다. 얼마가지 않아 후루룩 다 읽힐 정도로 가볍고 또한 재미있다. 서러운 둘째이야기를 보며 내 동생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둘째지만 막내라서 전혀다른 성장기를 가질 우리집 작은 딸도 생각났다.

 

   주인공 에바 우는 13살 갓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싫은 것인지 사는 동안 뼈저리게 체감한 에바로서는 중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바로서는 망한 것이 확실한 3년의 시간이 고통일 것만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안 좋은 예감은 피해가지 않는 것처럼 친한 친구 둘은 같은 반이 되고 자신만 다른반이 되었다. 선택과목은 뭐로 해야할지 감도 오지 않고 학교는 창문에 창살까지 달려 교도소를 연상케한다. 선생님들도 마음에 들지 않고 기대했던 급식은 3학년만을 위한 성찬일 뿐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초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음식들일 뿐이다.

 

  말도 안돼.....이럴수가....에바는 왜 자신만 이런 불안함에 놓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확실해 일찌감치 선택과목을 결정했고 그 수업을 들을 때마다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은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해 <자습>을 해야하는 입장.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학업지도를 보충하며 독립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수업이라는데.....에바가 보기엔 그저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수업에 불과할 뿐이다. 오빠도 친구들도 만족스러워하는 중학교가 에바로서는 수긍이 되지 않는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에바에게 형편없는 급식이 나오는 점심시간은 끔직함의 연속일 뿐....

 

  그러다 우연히 자습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서로 자기가 싸온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지...그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그래서 에바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비밀도시락교환....로건이 만든 프로그래밍을 통해 학교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에바의 이 아이디어는 실패한다. 아이들이 고른 영양의 음식을 먹이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반박할 수 없었기에...그러나 이것을 결과만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공했다면 문제가 됐을 수도 있겠다. 에바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스깡스러운 그림말 이야기로 무장하고 있지만 결국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13살 소녀의 성장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고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가 자기 스스로 어떤 일을 주도해보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기억하고 앞으로 자신이 맞딱트릴 현실의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에바를 성장시킨 것은 책도 아니었고, 선생님의 응원도 아니었고 자기 스스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이겨낸 것이다.

 

  작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을 쌓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나아갈 길을 깨닫는 건강한 청소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베키 바이뱃이라는 작가의 위트가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했으니 나도 보답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 딸들 또한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예쁘게 지켜봐줘야겠다. 사랑스런 눈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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