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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학교 다닐 때는 우연히 캠프에서 만난 또래친구와 펜팔을 하고 그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는 재미로
학교를 다니기도 했는데 -그때는 학교주소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아마도 당시에도 편지를 주고 받는 이들이 별로 없었는데 약간은 뽐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내가 받는 우편물은 약간의 홍보물과 각종 청구서가 다가 되어버렸다.
츠바키문구점은 문구용품을 팔기도 하지만 대필가의 업무가 주를 이룬다. 츠바키문구점을 물려받은 포포는 이 일에서 벗어나고자 반항하고
외국을 떠돌다 선대가 돌아가시면서 이 마을로 돌아와 대필가의 일을 물려받는다. 이메일이 생기면서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편지들이 사라졌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직도 대필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연하장 주소, 결혼 감사편지와 같은 가벼운 것에서부터 이혼보고, 청탁거절(돈을
빌러달라는),절교선언, 돌아가신 아버님이 보내는 것처럼 엄마에게 편지쓰기 등등
이야기를 하기는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탈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살면서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그럴 때 이용하는 것이 대필가인가보다.
그저 예쁜 글씨를 써서 보기좋은 떡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해서 다른 이에게 전달해주는 것, 그로 인해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것이 대필가로서의 보람이란다.
글씨체, 종이, 필기구 하물며 봉투에 붙이느 우표까지 신경써서 편지를 보내는 정성 때문인지 의뢰인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노력하는 포포의
마음 때문인지 그녀의 대필작업은 좋은 결과물을 낸다. 절연의 글을 대신 써줄 때조차 그녀는 타인을 기쁘게하기 위한 일을 쓴다는 대필가의 긍지에는
벗어나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의뢰인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펜을 든다. 만약 그 분들이 직접 썼다면 격한 감정으로 서로
상처주고 상처입을 수 밖에 없었을터인데 객관적 시선을 유지한 이가 대신 옮기는 글에서는 격함은 사라지고 정중함을 유지하며 자신의 논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필업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처음 글을 읽을 때 문장에서 전문가의 세련됨을 느낄 수가 없어서 자꾸 앞으로 돌아가 작가 이름을 확인했다. 처음보는 작가지만 다른 글을
통해 이미 진가를 인정받은 이라는데 뭔가 일반인이 쓴 듯 투박하고 단조로웠다. 문장이 그래서 였는지 아니면 제목을 보며 떠올린
<나미야잡화점의 기적>과는 다른 분위기여서였는지 처음에는 글에 집중이 잘 되질 않아 책을 들었다놨다 했더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어느정도 적응이 되기도 했고 작가가 구사하고 있는 문장이 어떤 분위기를 위한 장치같은 것임을 인정하고 나니 글이 잘 읽혔다.
특히 포포와 선대와의 묵은 관계를 청산시켜 줄 선대가 펜팔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읽을 때는 내가 포포인양 감정이입이 되었다. 나 역시
시골에서 가부장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터라 부모님이 만들어놓은 틀 속에 갇히기 싫은 마음이 어느정도 와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나만의 문제도 아닐테다. 포포에게 상처였던 그 순간이 선대에게는 노력의 시간이었음을 알았을 때, 자신과
선대와의 시간에는 나쁜기억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직시했을 때 그녀는 비로서 치유의 순간을 맞는다.
포포가 선대의 죽음 이후 다시 문구점으로 돌아와 대필업을 잇기까지 얼마나 많은 심적 갈들을 겪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반항하던
시절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사람들 속에 섞이지도 못한채 생활하는 포포를 바바라 부인이 함께 밥을 나눠먹고,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주면서 바깥
세상과 연결을 시켜준다. 선대와는 또다른 분위기로
어떤 상처든 결국은 사람의 힘으로....사람이 주는 따스함으로 풀어감을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포포가 5살 펜팔친구의
아빠의 등에 업히면서 선대가 자신에게 준 따스함을 기억했듯이 우리도 순간 순간 우리가 가졌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들 사이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