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린스 바통 1
안보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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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을 선호하진 않는다. 짧은 글 안에 굵직한 사건과 사건 속에 얽혀있는 인물, 그 인물의 감정까지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읽다가 끝나버린 이야기에 허무감이 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집에 다시 손이 가는 것은 단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내음이 있기 때문이다. 필력이 부족해서 혹은 글을 쓰다 막혀버린 것마냥 이상스런 전개에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상황과 인물을 그려내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 도드라진 문체...........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단편은 쓰는 이에 따라 문체가 다른 것이 자명한데도 읽다보면 어딘지모르게 닮아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어딘가 가라앉은 듯하고 자꾸 인간의 가진 본성과 마주한 듯한 분위기가 있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다루는데 있어 새로운 시도를 전개하고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섬세한지도 모르겠다. 

  

  호텔프린스는 그보다 더해 호텔이라는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시도한다. 호텔에서 기획한 소설가의 방에 묵은 8명의 작가가 호텔을 배경으로하는 단편 하나씩을 웹진에 발표하고 호텔 로비에서 낭독회를 가졌다. 이책 <호텔프린스>는 그 작가들의 책을 모아놓은 것이라 했다. 처음부터 기획의도로 구성된 것인지 아니면 소설가들이 생각하는 호텔이란 이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뒷표지에 쓰여져있는 문구 "세상을 표류하던 영혼들, 존재의 집에 스며들다."는 이 책의 내용을 가장 확실하게 나타낸다. 

 

  글에는 다양한 인물이 호텔을 찾아온다. 다정해보이지 않는 엄마와 딸, 사라진 아내를 찾으러 온 남편,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비때문에 갑작스레 호텔로 온 기자와 포토그래퍼, 호텔지하에 작업실을 가진 화가와 그 화가를 찾아오는 여자, 단체여행 관광객, 냄새를 맡지 못하는 남자, 이벤트에 당첨된 여자, 노모의 간병을 위해 호텔에 묵는 부부........호텔이라는 이름이 건네는 고급스럼과는 상관없어보이는 이들이다. 다들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어디에서간 상처받고 상처를 주었던 이들이다. 그들이 호텔을 찾은 것은 늘 표류하던 자신들의 들여다볼 공간, 즉 집이 필요했던 것인가 싶다. 

 

  가장 섬뜩하고 그래서 가장 뇌리에 남았던 이야기는 안보윤의 <순환의 법칙>이었다. 찜질방을 전전하던 미주에게 호텔 1주일 숙박 당첨 문자가 온다. 침대협탁 위에 놓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악행에 대한 고백, 나갔다 돌아오면 변해있는 호텔방의 위치, 자꾸만 머리 속에 맴도는 순환의 원리라는 라디오 음성,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스스로 자신의 탈출구를 막아버리는 행동들이 자꾸만 내 머릿속을 오갔다. 그들의 선택이었지만 실은 그들 역시 내몰린 것였기에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힘들다고 모두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리 다가왔다. 어쩌면 가장 자연스런 결말이여서인지도 모르겠다. 

 

  흥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의 가격은 5500원 옛날책이 아니다. 신간이다. 근래 발간되지 책 가격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가격표 아래 조그만 문구가 덧붙여있다. "한국문학의 발저을 응원하기 위하여 출간 후 1년 동안은 5500원으로 판매합니다. " 호텔의 레지던스프로그램도 그속에서 만들어진 소설도 그리고 이를 모아 출간한 출판사도 이쁘다. 참 이쁘다. 이 이쁜 책이 널리 널리 퍼져서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이쁜 마음을 나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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