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 훗카이도에서 나고 자라 그곳을 배경으로만 글을 써온 사쿠라기 시노의 글이다. 딱 한 번 그녀가 따뜻한 남쪽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는데 자신이 따스함을 표현하는 단어를 그리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작가의 말을 보면 앞으로도 그녀 소설의 주무대는 훗카이도를 벗어나지 않을 듯 싶다.

  <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를 만나게 한 첫번째 소설, 솔직히 표현하자면 조금 촌스러웠다. 갓 시골에서 상경한 촌처녀의 순박하고 꾸밈없는 글의 느낌. 거기에 투박하기까지. 그러나 오해는 말기 바란다. 그녀의 문장이 촌스러웠을 뿐 가독성이 떨어진 것도 글이 주는 감성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외려 그러하기에 글의 느낌이 더 잘 살아났다. 시간의 연속성도 사건의 연속성도 없이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9명의 이야기 속에 때로는 아주 중요하게 때로는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쓰카모토 지하루의 떠도는 삶이 더 드러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사쿠라기 시노는 2002년 단편 설충으로 올요미모노신인상을 수상하고 데뷔한 17년차 작가이다. 첫작품부터 성에 대한 검침없는 묘사를 펼쳐 신관능파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녀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로서의 비애를 묘사했을 뿐 그것이 핵심은 아니라고 했단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적랄한 묘사는 하나도 없지만 그녀의 삶이 그녀의 모친의 삶이 화류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흘러가 성에 대한 언급은 계속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이 소설을 이끌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여성이었기에 단란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떠돌았기에 가진 그녀만의 분위기를 그녀만의 아픔을 실을 풀어내듯 이야기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지하루가 화자가 된 적은 없다. 그녀 주변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언급한 그녀의 삶의 조각을 모아 쓰카모토 지하루라는 인물을 완성하는 작업은 신선했다. 이제까지 어디에서도 이런 시도는 보지 못했던 터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중간 중간 빠진 시간의 흐름 속에 그녀는 또 어떤 선택을 하고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까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쓰카모토 지하루의 이야기를 듣고 쓴 책 <별이 총총> 그녀의 딸이 책의 파란 표지를 보며 위안을

받은 그 장면은 나에게도 인상 깊었다.

 

  별이 총총, 이라고 파란 표지에 적힌 은색 제목을 입 속에서 중얼거리며 하늘에 가득한 별을 떠올렸다. 야야코의 가슴 안쪽에서 별들은 모두 똑같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났다. 몇몇은 훌러가고, 그리고 몇몇은 사라진다. 사라진 별에도 한창 빛나던 날들이 있었다.

 어제보다 숨쉬기가 편해졌다.

나 또한 작은 별 중의 하나,

 미더운 데라고는 없는 공기 방울 같은 별들을 하나하나 이어가면 한 여자의 상이 떠오른다. 그이도 저이도 목숨있는 별이었다. 밤하늘에 깜빡이는 이름도 없는 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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