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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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이야기처럼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현실은 없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였다고 해서 그들이 매 순간 닥치는 모든 문제를 웃으며 넘길 수는 없다. 현실은 죽음이라는 사건을 맞이하기까지 끝이라는 명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뒤에 이어올 자질구레한 많은 사건들에 눈을 감고 싶어하는 나의 바람 때문인지도 모른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그런 나의 생각을 꿰뚤어본 듯 베어타운의 후속작을 내놓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계, 그 안에서 흐르는 미묘한 감정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마을'

 '복잡하고 찝찝한 것을 뒤로 물리고픈 평범한 사람들의 선택'

 이것이 바로 <우리와 당신들>이다.

 

 보통 어떤 작가의 책이 마음에 들면 관심작가가 되고 연달아 세 권 정도 만족하면 애정작가가 된다. 배크만의 경우 나에게 <브릿마리>,<베어타운>,<우리와 당신들>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드디어 애정작가로 등극이다. 전에는 독특한 아이디어나 미묘한 감정선의 표현에 끌렸는데....배크만의 작품은 작가의 시선에 매료되었다. 요즘 소설에서는 흔치않은 전지적 작가시점!!  뭐든 다 알고 있는 화자가 시도때도 없이 날리는 복선 때문에 뭔가 벌어질거라는 걸 뻔히 아는데도 그럴 줄 알면서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군더더기 하나없이 건조하게 말하면서도 작가 스스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고 작은 마을 하나, 그 속에 살아가는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그것이 현재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숨겨진 민낯이라 그저 객관적으로만 바라봐지지 않는다.

 

 

"감정은 복잡하다. 행동은 단순하다."

이 문장을 발견하자마자 꽂혔다. 나를 보는 듯 해서....별 거 아닌데서 늘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자꾸만 베어타운 사람들이 남같지가 않다. 나라고해서 그들과 별반 다를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지만 결국에는 쉬운 길을 택할거다.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단순한 척 쿨한 척

 

  노인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던 배크만이 그 인기를 등에 업고 쓴 소설이 베어타운이다. 전작에서 뉘앙스를 풍기긴 했지만 대놓고 사회화소설을 쓸거란 생각을 못해서 - 아닌가? 내 눈에만 사회화소설인가? - 당황했지만 기존의 폐쇄적인 작은 마을이 가지고 있던, 집단이기주의로 범죄마을이 되어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정말 어느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사실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비춤으로서 나를 아니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가독성도 좋고 이야기 구성도 좋다. 무엇보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시선과 그럼에도 놓지 않는 희망, 따스함이 좋았다. 나오는 인물 중 어느 하나 거저 나온 사람이 없다. 그들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고, 자기 행동에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갈림길에서 우리는 매번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 비슷한 결말에 이른다. 그럼에도 또다시 희망을 놓지는 않는다. 

 

  결국은 졌다. 소설이라면 응당 해피엔딩을 바랄 건데 .....이건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니....공평했고 그래서 불공평했다. 페테르를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그래서 가정은 남았다. 페테르의 하키사랑이라면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테다. 그것이 베어타운안에서 이든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든....꼭 감독이 아니더라도.....나도 그럴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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