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한정판 세트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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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나 없이 2주동안 붙잡고 있었다. 중간에 로맨스 책을 잠깐 들기도 했지만 온전히 이책 한 권에 그 긴 시간을 매달렸다. 왜 이리 오래걸렸을까? 책의 두께가 벽돌처럼 두꺼워서? (무려 700쪽이다.)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도 없었지만 쉽게 슬렁슬렁 읽으면 안된 것 같은 묘한 위화감 때문이었다. 문익환 목사의 삶이 단순하게 읽어서도 아니 읽힐 수 없는 삶이다. 저자가 말했듯 그 분의 삶은 대한민국의 20세기의 역사와 함께 한다. 그는 스스로 뒤늦은 나이에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행동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의 삶 어느 한 순간도 그가 당신의 삶 안에서 쉽게 숨쉬고 쉽게 행동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원래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지만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늦깍이 통일운동가로만 알고 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몇 년 전까지 읽었던 공동번역 성경에도 그 분의 숨결이 들어있었고 간도에서 문재린 목사 때부터 이어져온 올바른 정신은 그 분이 직접 행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늘 바라고 지원했던 인물임을 ...어느날 갑지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되었다.

 

  나의 닉넴의 기원인 박용길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흘려가듯 들려준 선배의 이야기에 나의 닉넴을 결정한 것이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자신은 늦봄 부인은 늘봄, 봄길이라 불렀다는 문익환 목사의 말에 허세는 없었다. 박용길 장로는 그 이름이 헛되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연애 당시 폐병환자였던 문익환 목사와 결혼하기 위해 몇 달만이라도 이 사람과 살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그저 선교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선언하고 한 결혼, 두 사람의 애정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보는 내 마음이 그리 따뜻할 수가 없었다.

 

  구속수감 중 면회온 부인과 뽀뽀했다고 미혼인 고은을 놀리는 장면에서는 그 장난기 어림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국인 동서를 둔 덕분인지 애정표현도 잘하고 정말 예쁘게 사신 듯해서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문익환 목사의 삶을 정리해둔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 글을 쓴 김형수 작가의 문장 또한 좋았다. 전에 이 분이 몽고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도 맘에 쏙 들었는데 문익환평전 역시 만족스럽다. 문익환 목사의 윗대부터 그러니깐 문씨 일가가 왜 간도로 가서 명동학교를 세우고 공동체를 만들어 살았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 시점부터 나는 온전히 이 글에 나를 맡기고 읽었다. 긴 시간을 들이면서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고 조금 더 빨리 이 분의 전체의 삶을 알지 못했을까 아쉬웠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선거를 맞는 동안 읽어서 그랬는지 문익환목사의 살아생전의 삶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하며 행했던 그분의 모든 행동과 바람들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분 뜻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너무나 시기적절한 시기에 나에게 와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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