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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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어느 순간 그 애정이 식으면 고하게 되는 이별, 누군가는 그 이별을 통해 성장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을 실연이라는 감옥에 가두고 그 자신을 침잠시키기도 한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는 이별의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보내는 처방전이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이걸 처방전이라 할 수 있을지, 그들에게 이런 말들이 위로가 될지....연애의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나이라 그런지 자꾸 의구심만 생긴다.

 

  책에 나온 말들이 구구절절 옳다.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 시간을 두자, 친구로 지내자라고 하는 말의 이면에 있는 속마음을 알려준다. 그걸 안다고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이, 나의 집착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심장이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너무 이상적이다. 이별의 아픔을 이유를 따져가며 파악할 수있는 성질의 것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 연애한 사람과 별다른 이별과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결혼해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처음부터 이해가 불가능한 감정이었는지도 몰라 이런 말 자체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글에 나온 말 중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138쪽의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연애뿐 아니라 결혼 후 살면서도 생각해보아야하는 부분같아 전문을 옮겨본다.

 

  다퉜을 때 자기 잘못이 없더라도 먼저 사과를 한다거나, 같이 살 때 집안 일을 전부 도맡아 하느 사람이 있는데요 그 이면에는 '이게 편하니까'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있어요.

다툼이 생겼을 때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기보다 얼른 사고하고 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집안일 분담도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보다 자기 혼자 다 해지치우는 게 편하다는 마음을 먹는 거고요.

  마냥 착해서가 아니라 다툼을 피하고 싶어서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는 건 아닌가요? 너무 잘해줘서 상대를 무능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편한 길만을 택해서 근사한 사람이 될 기회를 빼앗는 겁니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려면 모든 걸 묵묵히 혼자 짊어지지 말고 서로 아낌없이 대화를 나누어야 해요. 전부 받거나 주기보다 절반씩 나눈다면 애정은 훨씬 더 커질 겁니다. 그러려면 대화는 피해갈 수 없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말이죠, 아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느낌보다 이사람과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 아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에 뭔가를 의논하고 대화하는 걸을 꺼린다. 그러느니 혼자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초기 몇 번 시도했다가 벽과 마주하는 느낌이 들어서 지금은 대화조절이 가능한 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마지막에 나온 이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느낌보다 이 사람과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면서 순간 순간 체험하고 있어 더 와닿는 말이었다.

 

  비록 이별을 맞이하는 자세를 알려준다고 이별이 쉬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공감이 가는 말들을 통해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로보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찾을 수 있으니 필요없다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나처럼 40을 넘긴 아줌마보다는 연애를 마감한 젊은 친구들에게 필요한 책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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