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신들이 노는 정원> 이 제목 탐난다. 어쩜 이리 이쁜 말이 있을까? 나만 이리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 보다. 작가의 에세이를 담당한 편집자가 잡지에 연재하고 있던 요 글의 제목 <신들이 노는 정원>을 그리 탐냈다한다.  공식적인 이름으로 요거 사용하려면 이젠 허락을 맡아야겠지. 카페 이름으로 넘 좋아보인다. 시골마을 카페이름으로 넘나 어울리구만. 도무라우시 그들말로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후카이도, 그저 이쁜 풍경이 있는 관광지인줄만 알았는데, 맛난 해산물 천국인줄만 알고 가보고팠는데.... 첩첩산중 꼴짝인 동네 도무라우시가 그 관광지보다 더 땡기게 되었다.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가의 글이다. 일본서점대상은 일본의 서점 직원들이 그 해 나온 신간을 대상으로 투표를 해서 결정하는 상으로 매해 10권의 책이 선정된다. 아무래도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상이겠다. 이 책 < 신들이 노는 정원>을 읽으며 그 부분에 완전 수긍, 에세이 너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거니? 싶었다. 그냥 우리가 블로그에 일상을 적어올리는 글처럼 가볍고 유쾌하다. 그녀가 쓴 소설도 즐겁게 읽을 듯 싶다. 특히나 도무라우시 마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서 신뢰도 급 상승 1등할 만 하다 끄덕끄덕 중

 

  이 책의 매력은 가벼움에 있다. 읽으면 웃음이 터지는 마력의 책이다. 읽은 뒤 딸과 함께 하는 카페 데이트(1주일에 한 번 둘째아이 수업시간에 그 근처 카페에서 큰 딸이랑 같이 책 읽는 데이트 진행)에서 이 책 읽어보라 권했더니  책 읽기전 탐탁치 않아하던 것과는 달리 엄마가 왜 잼있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면서 좋단다. 나보다 더 많이 웃는다. 나도 이 책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는데...짜식 이제 엄마랑 같이 읽고 같이 공감하고 좋다..........근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빨리 읽지? 난 같은 시간에 그만큼 읽지 못했는데....이젠 하다 하다 딸에게도 질투를 하는 못난 엄마가 되어간다.

 

  그녀의 글은 그날 그날 있던 일을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다. 생각이 깊게 들어가지도 않았고 말투가 고상하지도 않다. 그 고상하지 않은 말투가 좋았다. 마지막에 붙은 그녀의 깐죽거림이란....정말 내 므훗함의 원천이었다.

 

11월 모일

배드민턴 개인지도

오비히로까지 차를 타고 나갔다. 딸이 오구라 구미코의 배드민턴 토크&레슨에 참가하게 되어서다. 오구시오(오구라 구미코와 시오타 레이코 콤비)의 오구, 올림필에 출전한 복식팀에서 예쁜 쪽 사람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로 예뻤다. 이러헤 예쁜 사람이 전 일본대회 5연패를 했다니 너무 멋지다. 딸은 직접 스매시 지도를 받았다. 관람석에서도 뻣뻣하게 얼어 있는 게 보였다. 끝난 뒤, 감격에 겨운 모습으로 달려왔다.

"오테라씨랑 손이 닿았어!"

손이 닿은 것은 안다. 오테라씨는 누구냐?

 

 이러니 안 웃을수가....대부분의 글이 이런 식의 끝맺음을 하고 있고 나는 끊임없이 웃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골보다 더 첩첩산중인 곳에서 아름다운 자연 이외에, 친구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사교적인 마을 사람들이외에, 아무 것도 없는 시골에서 사는 것....쉽지 않은 결정이다. 여기 좋지? 너도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살고 싶지? 딸에게 물으니 "가보고 싶어. 그냥 놀러" 사는 것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답 왜냐고 되물으니 그녀 왈, 두시간을 가서 외식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딸아 우리가 외식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쩝!!! 어쩐지 너무 너다워서 말문이 막히는구나.

 

  책을 읽으며 작가 혹은 전문가가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철학적인 이야기나 사유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그저 일상의 이야기를 잘 풀어쓴 글을 본 거였다. 특히나 보통 엄마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책에 공감대를 표방하게 했다. 아이의 교육, 시골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공부공부 하는 타입의 엄마는 아니지만 조금 더 폭넓은 경험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암에도 고등학교가 있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야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내가 나온 학교라 그곳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튼, 그런 고민을 끝없이 하는 저자의 모습에 내가 겹쳐졌다.

 

  그들은 결국 계획한 1년이 지난 뒤 마을을 떠나 후쿠이로 돌아왔고 그곳에 있는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립지만 현재의 삶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단지 도무라우시에서 살기 전과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신중하고 소극적이면 차남이 자기 스스로 동아리에 찾아가 개학도 하기전에 함께 연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줄도 알고 말이다.  그들 가족이 언젠가 후카이도로 돌아가 이번 1년처럼 멋진 삶을 이어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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