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여우스캔들 1~3 세트 - 전3권
차소희 지음 / 연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무려 500쪽에 이르는 책 3권을 한 주동안 완독했다. 웹소설이기도 하고 장르가 로맨스라 읽기 시작하면 휘리릭 읽어버릴거라 생각했는데 1500쪽이 넘는 분량이라는 점을 무시한 결과 한 주를 꼬박 바쳐야했다. 우선 일반적인 웹소설에 비해 문장이 가볍지 않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묵짐함이 있기도 하고 인간계와 신계, 분리된 세상을 논하기에 새롭게 구성된 세계에 대한 작가의 설명이 꼼꼼하게 들어가 있어 그것들을 읽어내는데  시간이 꽤나 소요됐다.

 

  조선여우스캔들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것들이 물망에 오를까?

  조선후기, 여우, 신수, 주신의 큰그림, 운명의 변화, 인간과 신의 사랑, 사이다여주, 옛이야기 비틀기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제목을 보자마자 여우와 인간의 사랑이야기이겠구나. 여우가 기생으로 분해서 양반가 자제와 사랑에 빠지나 싶었다. ㅋㅋㅋㅋ 아~ 이 단순함이라니....작가는 나의 뒤통수를 제대로 날린다. 여우가.......여우가.....남자다. 그렇다. 여우는 남자...사랑에 빠지는 이가 여자사람....그리고 이 여우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하지만 간을 탐하지도 않는다. 이리 꼿꼿한 여우라니 자존심도 세고, 능력치도 뛰어나고, 잘생기기까지 다 가졌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불만인지 글의 분위기가 살짝 어둡다. 주인공들 마음에 뭔 그늘이 이리 많은지 이 잘나신 분들이 고민도 많고, 걱정해야할 일도 많고 그럼에도 지들 사랑은 막막 키워나가고 조금 더 알콩달콩 달달한 장면도 넣고 분위기를 띄우는 유머러스함도 살짝 살짝 들어갔더라면 글을 읽기가 조금 더 수월했을텐데 이런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

 

  시종일관 진지모드다. 사랑도 진지하고 상황도 진지하고 그나마 나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휘율의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말투!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를 버금가는 문장들이 글 속에서 쏟아진다. 박장대소가 펼쳐지진 않지만 그의 말투 속에서 인간에 대한 여우신수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서 그저 흐뭇하게 바라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백미 옛이야기 비틀기!!

  내가 아는 옛이야기가 대거 등장한다. 옛 흥부 놀부를 패러디해서 온갖 이야기가 나왔듯이 이곳에도 그 옛날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한다. 특이한 것이 방관자 혹은 피해자였던 이들을 가해자처럼 한 번 더 꺽어준다는 점이다. 물론 여자의 입장인 초란의 분노에 귀인한 것이지만 새로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수히 나오는 계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놈의 아비들은 뭘하는 것인지 분통이 터져하던 나의 마음과 저자의 마음이 다르지 않았나보다. 특히 장화홍련의 아비 이야기는 속이 다 시원했다.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변형을 시도한 이야기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런 관점들이 살짝 살짝 보일 때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인간의 한계를 논하며 그래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인간은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십 년 뒤에 죽을 수도, 백 년 뒤에 죽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기약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언제까지인지 모르니, 오늘만큼이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476쪽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저 위에서 밝히고 있듯 알 수 없는 미지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죽는 그 순간까지 노력하고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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