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님 - 룹탑 불법체류자들
이재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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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도 보편화 되지 않은 시절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법이던 그 때 한국으로 넘어온 이들의 생활이 어떠했을까. 불법이고 말도 잘 통하지않는 낯선 나라에 돈을 벌겠다는 각오로 들어올 때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그 시절에 저자는 우연히 그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도움을 주고 교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 많다고 하여 기대가 됐다.

책의 소제목만 봐도 슬픈 내용들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내의손님, 남편대행, 위장결혼, 이름버린코, 일리갈 베이비 코피노, 방랑자레이, 아빠 얼굴 익히기 등이 그랬다.

책 속 불법 체류자는 미혼보다는 기혼이 더 많았다. 가족을 위해 구성원 중 한 명이 희생하는 구조는 해외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 같았다. 다만 그것이 해외로 까지 이어질 뿐. 그들 모두 구구절절 사연도 깊다. 실제로도 티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족을 초청해 한국에서 머무는 프로그램도 보여준 적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책에도 비슷한 경우가 등장한다.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남편, 그리고 어린아이들, 시어머니까지 위해 여자의 몸으로 낯선 한국행을 택하는 메리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와서 타국의 가족들을 위해 노력하는데 책 속 메리의 상황은 더 가혹했고 한국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다. 한국에 있는 이도 타지에 있는 이들도 힘든 상황 속에서 타인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까. 정답은 모르겠다.

돈을 모아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는 단꿈이 변해가는 것에는 주변의 환경도 한 몫 했던 것 같다.불법체류자 신분을 약점으로 쥐고 있는 고용주나 몇 질나쁜 한국인들, 결국 불법체류자끼리 뭉쳐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짜 남편과 아내의 타이틀을 유지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냥 자기 한 몸을 던지기도 하고 각자 다양한 선택을 하는 고된 세상살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보는 내내 불과 소설만의 일은 아니리란 생각이 들고 지금도 종종 뜨는 불법체류자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외국인 근로가 합법이 됐음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힘듦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불법 체류자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삶의 고단함을 더욱 가중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감정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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