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
정란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는 저자 '정란희'님의 사랑, 이별, 우정, 그리움, 추억을 주제로 써내려간 시 모음집입니다. 예전에는 시집을 상당히 많이 읽었던 적도 있는데 요새는 전혀 읽지 않았는데 그만큼 감정이 메말라 있었을까요. 이전엔 관심있던 서적이 빼곡했던 곳에 전공과 관련된 도서들만 가득한 것을 보며 갑자기 울적해지기도 했습니다.

책은 저자가 보내는 '105일 간의 연서'입니다. 어떨 때는 홍수처럼 범람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고 어떨 땐 차가운 밤 바람에 몸이 식듯 고요한 마음을 담기도 했고 어떤 순간에는 사무치게 그리운 감정을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시 평론가는 아니라서 정확한 시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지만 어렵고 학문적인 시가 아님에도 사람의 감성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무침' 이라는 시가 와닿았는데 그리움이란 감정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잘 표현했습니다. 울컥 쏟아져 내린 눈물 못내 삼키지 못한 채 체기가 올라 열병으로 마음이 할퀴어 오는 날엔 그리움의 그림자만 어둑새벽 내내 부여잡습니다. 그리움이라는 것이 오래 고여서 낙망이라는 것으로 번식된 목멘 눈물 같은, 침전된 마음이 열나절 녹지 않고 가라앉았다가 휘젓는 어떤 날에 다시 떠올라 허무로 목격되는 침전물 같은 거요. 다시는 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며 슬픈 감정에 같이 녹아듭니다.

'고작 행복은 서로의 삶에 위로 하나 살짝 얹어주는 건데 우리 너무 먼빛에 서 있다' 가끔은 행복을 너무 먼 곳에서만 찾으려고 했던 건 아닌지에 대한 물음도 해 볼 수 있고, 힘들어 했던 시간들을 토닥거려주며 어루만져 주는 기분이 듭니다.

'철저하게 세상과 고립되고 싶은 날에도 그곳에서만은 눌러앉고 싶어' 의 그곳은 네 마음속 입니다. 가슴이 아련해지기도 하고 애틋해지기도 하면서 잊고있었던 단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목과 달리 끝은 내 마음의 볕으로 당신 마음의 바람벽이 따뜻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마칩니다. 바쁘게 살며 소홀했던 감정들을 되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자신을 소중히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그 감정을 누군가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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