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약탈 국가 - 아파트는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었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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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1000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입소문을 타고 들려왔다. 이처럼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현재 부동산 시장은 엄청나게 과열되어 있다. 이로 인해 사회에서는 돈이 없어도 소위 '영끌' 이라는 말처럼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과 그냥 포기하고 전세나 월세로 살기를 택하는 사람들 두 부류로 나뉘어 지고 있다.

내 지인은 일본에서 근무중인데 일본은 전세개념이 없기에 연예인까지도 자가를 살 형편이 안되면 월세를 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내 지인이 살았던 도쿄의 원룸이 9만엔 이었다. 당시에는 그 비용으로 한국에서 1인 가구가 거주하기에는 아주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한국에도 90-100을 넘는 월세들도 존재해서 그런 말이 쏙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러니한건 1인 가구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받는 혜택은 오히려 반비례한다. 신혼부부나 다자녀에 속하지 못한 미혼의 싱글족들은 금리 우대도 받지 못하니 영끌을 해도 아파트를 구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조금 외곽으로 이동해서 규제가 없는 곳에서 신축이나 브랜드를 포기한다면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어느정도의 종잣돈이 필요하고 종잣돈을 모으는 사이에 아파트 가격은 붙잡지 못할 정도로 올라버린다. 결국 차선책으로 신용대출을 받게 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아파트 값만이 상승하길 바라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요새는 '무슨 일 하세요?' 라는 말보다 '어디 사세요?' 라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정식 분양받은 동과 임대동을 대놓고 티나게 표시하여 논란이 되어 뉴스에까지 소개된 사례도 있다. 바깥에서는 아파트로 급을 나누고 아파트 내에서는 동으로 또 다른 세상을 나누고 있다. 아파트 거주자가 아니면 이러한 논란의 틀에 올라서지도 못한다. 이러한 영향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요새는 어린 아이들도 6살 정도면 부모님이 타고 다니는 차량 종류가 무엇인지 줄줄 읊는다. 아이들이 첫만남에 '너는 어디 살아?' 라고 묻게 될 때, 비슷한 수준의 주택이 등장하지않으면 이로 인해 심한 경우에는 주거지를 이유로 왕따까지 당하고 있다고하니 부동산이 신 계급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부동산 계급표는 황족부터 노비 그 밑은 아예 가축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정말 잔인한 표현 그 이상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고 실수요자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위해 20번 넘게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대출을 제한하고 세금을 올리면 수요가 진정될거라 생각했으나 무주택자들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불안감이 커져 영끌을 하며 빚더미에 오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쪽방촌에 사는 이들은 재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다른 쪽방촌으로 계속해서 옮겨 다니고 있다. 각 상황을 고려한 세밀한 주거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부동산 사각 지대가 모두 해결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 부동산 정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눈여겨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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