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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람 친구 - 레즈비언 생애기록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12
박김수진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평점 :
성소수자들의 삶과 일상을 담았다.
익명으로 10명의 사람들이 나온다.
책은 직접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았으며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예상처럼 그들의 인생이 모두 꽃밭은 아니었음에도
더 슬펐던건 같은 소수자들에게 차별을 받을 때였다.
초기에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에
성적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가 참가 신청을 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시 시에서는 가이드라인 상 해당 단체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고
결국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허울 좋은 말일 뿐 명목상 돌려서 하는 거절이었다.
이런 일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성소수자 연대체에 지지 선언을 부탁했는데 이 또한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시에 여성 성소수자 인권활동이 전무했고 신뢰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소수자들의 사이에서도 그들만의 수 많은 벽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노력끝에 인권활동에 일조한다는 조건으로 지지선언을 받았다고 한다.
성소수자들을 한데 묶어서 좋은 물타기 도구가 되기도 할 때는 그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인터뷰이가 자신은 위기의 인간형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자신은 균형을 이루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
세상이 균형을 유지하게 도와주지 않아 슬프다고 말했다.
혼자 균형을 잡기도 힘든데 세상이 차별하고 압박을 주니 해야 할 일이 더 생긴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멀리 떨어져서 그냥 바라보면서 흐뭇해질수있는 시기가 온다면 더 좋겠다는 말에 뭉클했다.
그때까지는 변화과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보수적인 편이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가
해외에 사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사람들은 최약체로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조심히 살아간다.
그런 삶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거부당하는 것과 똑같이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돈을 포기하고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로 떠나는 것도 이해가 되고
한 편으론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한국에 남아
인권운동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은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해외 이주자들부터 성소수자들, 나와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까지
나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엄격한 잣대로 그들의 모든 것을
나노단위로 평가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재미로 즐기고 소비했던 것들이 그들에겐 현실이었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그대로 담은 책으로 줄 글이 아니어서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