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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미 배드 미 ㅣ 미드나잇 스릴러
알리 랜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 내가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아이 아홉 명을 학대-살해한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열다섯 살 소녀 애니. ‘애니’는 엄마를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밀리’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심리학자 마이크의 가정에 임시로 머물게 된다. 새로운 가정과 새로운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니’가 아닌 ‘밀리’가 되기 위한 그녀만의 선택과 행동은 끝없이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와 자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선악의 경계선에 놓인다.
사이코패스의 뇌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확률을 생각해보았다. 80퍼센트가 유전이고 20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 나는,
100퍼센트다.
엄마에 의해 통제된 삶을 살아온 애니는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자아로 새로운 가정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이크와 그의 아내 사스키아에게 사랑받기 위한 행동을 보이면서도 그들의 딸 피비가 만들어내는 아슬아슬한 가족의 균열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나가는 밀리. 하지만 피비는 밀리에게 집중되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사랑과 관심에 대한 대가로 학교에서 밀리를 괴롭힌다.
10대 소녀들의 질투와 욕망, 비뚤어진 자아가 만들어내는 교묘하고 잔인한 행동. 애니의 양극단의 놓인 감정적 갈등. 애니는 피비와 친구들의 괴롭힘에 무력하게 당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수를 이루고, 엄마의 목소리를 따르는 동시에 거부하는 아이러니 속에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또한 자신을 경멸하는 피비에게 복수를 꿈꾸면서도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품거나, 그녀의 유일한 친구 모건을 향해 감추고 싶은 본능인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다가 이내 후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자신의 내면의 소용돌이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 난 항상 엄마에게 애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밀리야. 내 안의 샴쌍둥이가 전쟁을 벌였다.
착한 나.
나쁜 나.
엄마가 부르는 끔찍한 놀이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애니는 이제 엄마를 심판하기 위해 법정에 서고, 피해자들의 고통, 연민을 느끼면서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느낀다. 법정에서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그녀가 정착하고 싶은 집에서의 생활과 끝없는 적에 둘러싸인 학교에서의 생활을 해내야 하는 애니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고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지만, 애니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피비가 알게 된다.
마이크 아저씨의 집을 떠나 새로운 집에 가야 될 상황에 처한 애니. 애니는 또 다시 살아남기 위해 엄마의 유산을 활용한다.
제목의 ‘굿 미 배드 미’는 ‘애니’와 애니의 새로운 페르소나 ‘밀리’의 끝없는 전쟁이자, 엄마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의 충돌, 매순간 그녀가 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하나의 인격을 꺼내야 하는 순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그녀의 마지막 선택에서 그녀가 자신의 어떤 목소리를 들었는지, 피비가 죽고 피비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애니가 자신을 돌봐준 마이크 아저씨의 욕망을 어떠한 방식으로 건드렸는지, 엄마를 벗어나 새로운 가정에 정착한 듯한 애니가 절대 엄마에게서 벗어날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애니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드러나는 각기 다른 욕망과 ‘굿 미 배드 미’. 피비는 결핍된 사랑을 비뚤어진 방식으로 충족하려 하거나, 사스키아는 순탄치 못한 딸 피비와의 관계에서 오는 공허를 약물과 다른 남자와의 관계로 채운다. 언제나 침착하고 훌륭한 인격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마이크 역시 애니에 관한 글을 쓰면서 심리학자로서 그리고 피비를 잃은 아버지로서의 꿈틀대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애니는 그의 흔들리는 욕망을 파고들어, 자신이 아직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의 비싼 셔츠 아래 숨겨진 영웅 심리, 자부심을 이용해 피비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의 영원한 착한 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긴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