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정원 - 좌우를 넘어 새 시대를 여는 시민 교과서
에릭 리우.닉 하나우어 지음, 김문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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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양극화된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분열과 소통의 부재로 내몰았다. 특히 한국 현대사의 눈부신 성장이라 불리는 발전의 이면엔 급격한 변화가 가져온 세대 간의 극심한 갈등과 도저히 합의될 수 없는 정반대된 선택지만이 놓이게 되었다. 정부의 역할, 시장의 운영방식, 부의 재분배 등 좌파와 우파의 선택지는 극렬하게 대치된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고, 일차원적인 좌파와 우파 간 선택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인 이 책, «민주주의의 정원»이 그 새로운 이해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과도한 집중이 언제나 전체를 위협한다고 단언한다. … 경제적인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부는 중산층에 의해, 중산층으로부터, 중산층을 위해 생성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경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인 중산층 몰락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부의 편중, 양극화 현상은 이 책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언급하듯,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을 감축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데올로기가 팽배한 현실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역할은 힘을 점점 잃어가고 경쟁과 결과에 집착하는 문화에서―모든 행동은, 특히나 친사회적 행동보다 반사회적 행동의 전염성이 매우 높다―소득의 불평등은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며 규제완화와 낮은 소득세 및 상속세를 주장했던 자들은 과거에도 그랬듯 지금도 존재하며 부의 편중을 불러왔다. 부의 편중은 언제나 빈곤의 편중을 부른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이익과 손해가 스스로 강화되면서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개인이나 집단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신뢰가 높은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교육, 건강, 사회적 자본, 재정적 자본에 대한 접근성 등에 있어 공정한 기회를 획득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극단적인 부의 편중은 아무도 손대지 않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정원을 망치듯 사회의 번영을 해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낙수효과보다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이 더 문제가 되는 이 시점에 정부는 중산층이 번영할 수 있는 미들아웃 경제학Middle-out economics 바텀업Bottom-up형식으로 경제를 키워야 한다. 

 목표는 야심하게, 방식은 창의적으로, 평가에는 가차 없어야 하며 성공의 축적과 실패의 축출에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정부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생겨날 것이다. 이 책에선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거나, ‘규제를 쳐부숴야 할 암덩어리’에 비유할 만큼 모든 규제를 완화해버린다거나 하는 극단적 선택지가 아닌 빅 왓, 스몰 하우 Big What, Small How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즉, ‘무엇What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Big 정부, 어떻게How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작은Small 정부’라는 유기적이고 유연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정원사는 생태계의 역할을 잘 이해하는 한편 자신이 자연을 ‘만드는’ 것이 아니란 걸 아는 겸손함을 갖췄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을 ‘가꾸는’ 건 자신의 적극적인 손길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이것이 야생으로부터 정원을 구분지어 주는 것이다.

 또한, 시장이나 국가 어느 한쪽도 사회를 위해 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 되는 것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한 시민의식에 대한, 즉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이야기도 나온다. 단순한 투표나 착한 사마리아인의 문제를 넘어서 진정한 사익은 공동의 이익이라는 사실과 다 같이 잘살 때, 비로소 모두 잘살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또한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책임 가운데에서 거짓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시민의식.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입장에서 꽃을 피우고 잡초를 제거하며 물을 준다면 우리의 정원은 정글과는 확연히 구분될 것이다. 2016년 촛불혁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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