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 예쁜과 날씬한을 뺀, 진짜 몸을 만나는 마음 다이어트
제스 베이커 지음, 박다솜 옮김 / 웨일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이 책이―뚱뚱한 여자가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고 당당히 쓰인―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변명 혹은 자기위로의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을 보는 관점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이자, 자기혐오에 빠져―그 이유가 반드시 뚱뚱한 몸매일 필요는 없다―포기했던 삶의 수많은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그로 인해 덫에서 나올 수 있는 깨달음이다. 또한 스스로를 사랑함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게 바꿀 수 있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전환의 계기이다. 다시 말해, 뚱뚱해야만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닌, 저자인 제스 베이커의 몸매를 가진 사람이건 지젤 번천의 몸매를 가진 사람이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다.
 또 한 가지,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하라!’는 제스 베이커의 주장에 대해서 말해둘 것이 있다. 그녀의 주장을 얼핏 보면 뚱뚱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몸을 사랑함으로써 그 몸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없고―, 모델 같은 몸매를 꿈꾸며 혹독한 식단관리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한 멍청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그 자체인 듯 보인다. 
 하지만 제스 베이커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뚱뚱한 사람들이―‘뚱뚱함’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녀는 전형적인 예쁨의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몸매의 사람들, 성적소수자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 등 모두를 언급한다―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면 더 이상 공간을 차지하는 것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결점을 가리기에 급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크롭톱을 입고 외출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녀의 주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들이 원한다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몸매를 가져도 좋다’는 말을 덧붙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의 계기가 다른 사람의 시각을 위해서 혹은 상업적 미디어가 주입한 이미지의 비현실성에 현혹된 것의 결과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좋다’는 말과 함께. 

 제스 베이커는 이렇게 말한다. 
• ‘예쁨은 돈에 굶주린 개새끼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거짓말이다.’ 
• ‘한때 다이어트를 해야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삶을 나는 지금 113kg의 몸으로 누리고 있다. 핵심은,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한 건 다이어트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건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 ‘잠깐, 오해하진 말라. 깨끗한 식단과 근력운동과 주스 자체엔 잘못이 없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를 숭배하며 이상적이고 가치 있는 몸매를 갖고자 하는 것 ‒ 그리고 실패하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근을 먹는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파이를 먹는다고 해서 인생을 망치는 것도 아니다.’

 거침없는 말투와 솔직함으로 무장한 제스 베이커의 글을 읽다가 문득 그녀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으로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고, 그녀는 예쁘다고 할 순 없지만 당당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울퉁불퉁한 몸에 새겨진 타투와 과감한 패션은 베스 디토를 연상시켰고, 그녀의 글을―애버크롬비 앤 피치와의 전쟁, 전형적인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몸매에 대해 쏟아지는 미디어, 사람들의 비난의 글―읽는 동안엔 아델과 레이디가가의 일화가―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팝스타 아델의 외모에 대해 ‘뚱뚱하다’는 불필요한 언급을 했다가 사과했고,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준 레이디가가는 공연 후 자신에게 쏟아진 몸매 지적에 대해 ‘나는 내 몸이 자랑스럽고 당신도 그래야 한다.’, ‘당신이 굳이 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춰줄 필요가 없는 100만 개의 이유를 댈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멋진 여성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언급된 ‘세계적으로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수는 4퍼센트라고 한다’는 말이나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빅브러더»에서 언급된 ‘고장률이 98퍼센트임에도 수익이 나는 장사는 전 세계에서 다이어트 산업뿐이다’라는 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며 계속되는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는지를 보여준다. 누구나 외모에 관한 고민을 하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결점을 끊임없이 바라보는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만,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연예인 같은 외모를 꿈꾸며 성형수술을 하거나 건강을 잃어가며 다이어트를 하는 현상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무너진 자존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지키려하거나 사람들의 자존감을 자꾸만 무너뜨리는 상업적 미디어에 대한 비판. 몸을 사랑함으로써 일어날 변화들. 장애에 대한 훌륭한 그녀의 생각. 삶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나는 제스 베이커의 모든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진 않았지만―예컨대, 뚱뚱한 사람들이 의료적 음모의 피해자라도 된다는 양, 크로넛을 사랑하는 뚱보 여자가 몸과 마음의 건강은 미신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비웃고 한 귀로 흘려버릴 거라는 그녀의 말에서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사이에 속할 거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했다―그녀의 많은 주장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가볍고 쿨한 문체가―훌륭한 번역!―좋았다는 메시지에 대한 그녀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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