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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앓이 -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살고 있다
이선이 지음 / 보아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들 사이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마음을 아무 손상 없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다면,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얽히는 관계를 피하십시오. 마음을 당신의 이기심이라는 작은 상자에만 넣어 안전하게 잠가 두십시오. 그러나 그 작은 상자 안에서도 그것은 변하고 말 것입니다. C. S. 루이스의 말처럼 손상되지 않은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없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불가능함이 아닌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처를 잘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상처는 언제나 아프고, 치유는 언제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니까. 그래서 때로는 상처를 꺼내어 치유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묻어두려 한다. 하지만 치유되지 못한 채 파란 멍으로 남은 상처는 끊임없이 마음을 두드리며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려 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같을 거라 생각한다.
«마음앓이»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를 찾아왔던 많은 내담자들과의 경험을 들려주고 다양한 형태의 상처―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앓이―와 원인 및 치유의 과정을 어렵지 않게 설명한다. 그녀가 분류한 거절감, 분노감, 사랑, 외로움, 집착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살면서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불안,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개성화(individuation)란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자신의 목소리(욕구)를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많은 책에서 강조되었던 양육자(엄마)와의 관계―부모의 적절한 훈육과 통제, 공감과 보상―, 왕따라는 집단폭력, 낮은 자존감―유아 시절부터 미디어의 노출되어 비교의 삶이 시작된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아닌 비교와 경쟁에만 몰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는 성숙한 사랑, 외로움―중독(addiction)과 공감(empathy)―,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의미를 통해 깨닫는 삶의 의미 등의 많은 정신과적 문제와 해석,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문제를 겪게 된 상황과 회복의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같은 문제를 겪었기에 깊이 공감되는 마음,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마음. 세 모녀 사건이나 왕따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며, 모두가 최소한의 건강―신체적, 정신적―을 지키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나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 책이, 혹은 직접 찾아가는 정신건강 상담이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방법을 제시해주길, 동시에 우리 모두가 치유의 방법을 알고 힘들 때마다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많은 연예인들을 통해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두려운 사람들 혹은 과거의 암울한 이해에서 벗어나지 못해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위해―나를 포함한―마지막으로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부모 수 클리볼드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에서 언급한 내용을 옮긴다.
“무릎을 다치면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병원을 찾지 않고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진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아무도 다친 무릎을 의지와 용기로 낫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낙인을 피하려고 스스로 벗어난 방법을 찾으려고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