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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북 - 고전에서 현대까지 심리검사의 모든 것
줄리안 로덴스타인 지음, 이지연.현채승 옮김, 라이오넬 슈라이버 서문 / 파라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실로 우리는 진단명 없이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을 쓴 라이오넬 슈라이버―그녀는 내게 소설의 순수한 재미와 몰랐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가로, 그녀의 작품엔 탁월한 심리묘사와 사회문제를 다루는 그녀의 날카로운 문체, 위트와 위트 속 주제의식이 가득하다―의 말이다. 사람을 진단명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만큼 ‘신경정신과’라는 낯설고 암울한 과거의 이해와 달리 현재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치유―혹은 과도한 남용, 맹신―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말도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압박에서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심리검사는 더 이상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일반적 현상이다.
심리검사의 간략한 역사와 많은 사진자료를 첨부해 다양한 심리검사를 소개하는 이 책은 소개된 검사를 직접 해보고 문항에 답을 하는 것만으로도―비록 그것에 대한 해석이 없는 문항일지라도―충분히 흥미롭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내 행동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과거의 심리검사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예컨대 ‘정신박약’으로 분류된 사람은 격리와 불임을 권고하거나 몇몇 검사들은 ‘과학적’ 인종차별적 근거로 쓰이는 등을 소개하면서 오늘날의 심리검사가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적이거나 희망적이지 않다는, 분명한 것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탐색을 가능하게 한다는 어쉰 월(Aisin Wall)의 말을 덧붙인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로르샤흐 잉크반점 검사(The Rorschach Inkblot Test)부터 손디 테스트(The Szondi Test)와 냄새 상상력 검사(The Odor Imagination Test) 등의 조금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검사까지 수많은 종류의 심리검사에 관한 소개와 바보 같아 보이는 몇몇 문항들,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어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진들로 구성된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으며 그저 제시된 문항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와 공감,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는 코미디이고 부분적으로는 역사책이며, 자조도서이자 차와 함께 즐기는 소품도 된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신실하고 부분적으로는 농담이며 명상이자 조소이다.
이것이 이 책을 설명해주는 가장 완벽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보다 더 적확한 문장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