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지키는 법 - 천재 뇌신경과학자가 알려주는
조나 레러 지음, 박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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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떻게 사랑이 지속될까? 무엇이 사랑을 지속시킬까? 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각자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모든 행동과 기억을 되짚어볼 수 있도록 하며 그저 감정적 바다에 몸을 던지는 게 사랑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 형성된 애착관계의 중요성과 부부싸움이 한창일 때도 용서에 대해 생각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육아지침서이자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결혼생활을 바로잡을 수 있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애착관계―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분리가 감정적 손상과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 혹은 애착의 질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나 어린 시절 안정된 애착을 경험했던 사람들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비교한 실험에서 애정 없이 자란 사람들이 정신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3배, 이상 불안 증세를 보일 확률이 5배… 더 높았다는 사실 등―는 수많은 쥐 실험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난, 위탁 가정의 사례로 알 수 있듯 사랑하는 능력을 결정짓는 주된 요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포함한 사랑과 관련된 신경과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서적들은 항상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부모의 사랑이 아이의 감정 조절 방식을 확연히 바꿀 수 있고 이는 훗날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양육의 질이 지능 발달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오로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더해져야만 한다는―이 슬픈 사실은 많은 부모들이 오직 자식을 위해 자녀들과 보내야 할 시간을 경제적인 이유로 전부 일에만 쏟아 붓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비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사실과 더불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고 언제나 자기 자신을 시험에 빠지게 만들며 스스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것, 즉 희생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내용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해 동안 아이를 키우며 마주할 모든 좌절을 초월할 정도로 견고한 감정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뿐이다.

 사랑은 우리 삶의 모순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모순 하나를 더함으로써 우리가 그 모든 걸 받아들이게 한다.

 «사랑의 기술»에서 에리히 프롬은 ‘훈련, 집중, 인내, 신념, 겸손’을 사랑에 필요한 특성으로 열거했다. 이는 무엇보다 결혼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일 것이다. 지속적인 활동에 헌신한다는 의미인 결혼에서 사람들은 나와 똑같거나 비슷한,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꼽는다. 하지만 레너는 제인 오스틴과 연구자들을 언급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감정을 다루는 기본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0년 부부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부간 유사성은 부부 만족도에 0.5%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있다. 즉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차이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랑―결혼―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랑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높은 이혼율은 상대의 감정을 느끼는 것, 공감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사랑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단어인 지구력, 인내심, 투지를 가슴에 새기는 것만으로도―일의 성공에 있어 높은 그릿(투지)이 당연하듯, 사랑의 성공에 있어서도 그릿은 필수적이다―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은 너무 짧고, 잊는 것은 너무 길다.

 기억은 사랑을 지속시킨다. 바로 기억의 불완전성, 계속 다시 조정되고, 다시 쓰이고, 다시 만들어지는 기억의 특성 때문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불안정한 애착의 그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어린 시절의 사건이 주는 진짜 영향이 사건 그 자체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이 기억되는 방식이므로 어린 시절의 슬픔과 불안정을 뛰어넘은 사람들―획득 안정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난과 고통을 이해하고 과거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게 된다. 공연할 때마다 디테일이 조금씩 바뀌는 연극과도 같은 기억의 특성 때문에 스스로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고, 그것의 중요성은 인생이란 쉽지 않고 심장은 계속해서 부서지기에 더욱 강조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에서조차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견뎌냈다. 이는 훌륭한 인생은 고난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통해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임을 보여주며 사랑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우리를 강하게 만들며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만든다는 진부하지만 진실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의 상황 속에서도 군인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사랑―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왜 사랑이 지속되도록 노력해야하는지를 설명해준다. 부단히 삶의 목표를 찾고, 사랑할 대상을 찾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 그것만이 가치 있는 삶이자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다. 
 자원의 부족에 집착하는 경제학이나 뇌를 용량에 한계가 있는 기계로 취급하는 현대 심리학처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트레이드오프, 즉 거래 균형도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 
 앞으로도 우리의 삶은 사랑 그 자체와 사랑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과학실험들로 가득할 것이다. 사랑에 한계란 없으므로.

 사랑은 목적지가 없다. 사랑 자체를 찾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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