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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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그녀의 시각을 배울 수만 있다면….


 그녀의 시선이 멈추는 곳곳에, 하나에서 또 다른 하나를 이끌어내는 그녀의 사색은 아름다움과 추함, 조화와 부조화,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 모두를 담는다.

 바다가 불어주는 소금기를 마시며 템스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배들, 흥정과 할인이 난무하는 옥스퍼드 거리, 칼라일 부부와 키츠의 공간, 런던을 호령하는 수도원과 대성당, 엄격한 하원의사당, 진정한 런던 토박이의 일상을 바라보는 버지니아 울프는 시선이 머무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움이 깃드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을 끌어내, 쉽사리 예상하지 못하는 흐름으로 본질을 꿰뚫는다. 예컨대 포도주 저장실의 술통에서 엄숙한 사제들의 모습을 보는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시각은 집요한 묘사로 우리를 잡아당긴다. 그 집요함은 마치 우리가 버지니아 울프의 눈동자가 되어 바라보는 듯한 생생함에 빠지게 하고, 그녀에게 들려오는 소리―기중기의 규칙적 리듬이나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의 소란하고 노골적인 거리의 소음 등―가 들리도록 하며 그녀의 걸음에 맞춰 함께 거닐게 하는 착각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사물의 한쪽 면만을 바라보았던 우리의 시각이 확장되고,―그녀의 시각은 칼라일 부부와 키츠의 공간에서 그들의 삶과 사랑, 죽음을 보며 어느 런던 사람 크로 부인의 자리에서 그녀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한 것이 무엇인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언제나 마지막 장면, 현재의 순간이었음을 알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의 뛰노는 공간이 되어버린, 과거의 명성이나 시인들의 삶이 묻힌 곳에서 평화를 발견하게 하며, 부서지고 획일화되고 상실된 모습에서 그것들의 이해와 더불어 소망을 품고 현재를 보게 만든다.


 주머니에 돌을 넣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 그녀의 삶은 상처와 비극으로 얼룩졌지만, 그녀가 런던에 눈길을 주고, 거닌 걸음마다 남아있을 존재의 순간들은 영원히 남아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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