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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ㅣ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실종된 두 소녀, 두 명의 피해자를 낸 살인사건. 왜곡된 진실과 잔학한 살인, 수많은 용의자 속에서 범인을 추적해가는 형사들과 조 올로콜린.
마이클 로보텀이 그리는 비극은―이번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비뚤어진 욕망과 각 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 죄와 벌, 피해자와 가해자로 가득하다.
파이퍼 해들리와 나타샤 맥베인, 축제가 끝난 후 실종된 두 소녀는 3년이 지나도록 끝내 찾지 못한다. 하지만 농가에서 벌어진 또 다른 살인 사건은 그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호수에서 발견된 얼어붙은 시체는 나타샤 맥베인임이 확인된다.
자식이 사라진 시점에 머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실종된 가족의 삶은 그들의 희망은 언제나 절망으로 바뀌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공포와 의문의 방에 갇힌 채 살아간다. 동시에 조 올로콜린과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박사와의 미묘한 관계, 별거중인 아내와의 통화 등 일상적 삶을 사는 그와 비극적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대비시켜 범인의 행동을 더욱 잔인하게 만들고 궁금하게 만든다.
―부모와의 갈등, 우정, 위험을 모르는 욕망의 표출,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도 피어나는 질투와 이기심 등―탁월한 10대 소녀들의 심리묘사와―도발적인 나타샤 맥베인의 행동, 그녀의 남자관계 등―그들을 둘러싼 사건들은 용의자로 지목된 모두가 두 소녀를 납치, 감금하기에 충분한 동기를 품을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10대 소녀들의 가출, 유력한 용의자인 조현병 환자, 나타샤 맥베인에 대한 욕망으로 한 명은 불구―칼럼 로치―가, 다른 한 명은 수감자―에이든 포스터―가 된 사건, 멍청하고 위험한 10대 남자들, 그녀와 삼촌과의 관계, 학교에서의 장난과 퇴학,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다분한 남성 등 얽히고설킨 관계의 수많은 상황을 창조한 로보텀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범인으로 설정하면서 엄청난 반전을 선보인다. 또한 용의자로 지목된 그들 모두가 얼마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는지, 범인이 되기에 충분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반전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한 사건을 추적해나가며 과거, 기드온 타일러가 자신의 딸 찰리를 납치했을 때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는 조 올로콜린, 파이퍼 해들리를 구하기 위해 또 한 번의 비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조 올로콜린의 선택은 대단히 인간적이고 연약한 존재인 동시에 그 누구보다 노련하고 강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파이퍼 해들리와 나타샤 맥베인의 납치와 감금, 폭행의 나날들. 그리고 그들을 추적하는 희망과 좌절의 과정 속에서 비극이 얼마나 우리의 삶에 맞닿아 있는지, 사소한 행동과 작은 욕망이 비뚤어졌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조 올로콜린을 응원하는 자신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