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
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박선영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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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서][사회도서] 말해서는 안 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


 노력은 유전을 이길 수 없고, 미모의 격차가 단순한 외적인 차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성장에 부모의 교육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저자의 주장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어떤 근거로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했을까? 그리고 저자의 주장에 반박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주장은 무엇일까?

Ⅰ. 노력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지능의 유전율이라는 측면에서 논리적 추론능력의 유전율은 68%, 일반지능의 유전율은 77%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존증(알코올 의존증), 조현병, 반사회적 인격 장애(범죄)의 유전율 역시 대단히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체적 특징은 물론이고 지능과 정신질환, 범죄 역시 유전의 영향이 환경적 영향보다 강력하다는 잔인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강조한다. 
 하지만 부모의 높은 수입과 자녀의 고학력과의 상관관계를 환경적 측면에서 찾는 것을 거짓 관계라고 단정한 채, ‘지능이 높은 부모가 자녀에게 높은 지능을 물려주었고, 그 부모가 수입이 높은 이유는 높은 지능의 결과다’라는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까? 예컨대, 판사나 과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능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으로 성공한 부모가 자녀를 높은 교육수준―엄청난 학비―의 학교에 보내고, 하고자 하는 학문이 특화된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어 자녀가 그 나라의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일이, 높은 지능의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란 자녀보다 고학력자가 되는 일이 과연 더 어려울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옛말에 불과하고, ‘금수저’, ‘흙수저’론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매일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학생과, 부모의 높은 수입을 바탕으로―그 부모의 직업적 성공이 지능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건 없건 간에―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학생간의 학업 성적, 학력 격차, 지능적 격차의 7~8할이 유전적 차이라고 말한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될까? 마찬가지 이유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사교육열풍은 지능 격차의 7~8할 이상을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 결과 학력의 결과 역시 유전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인종 간에도 지능의 격차가 분명히 있으며 이는 특정 스포츠와 음악에 흑인의 타고난 신체적 특성과 재능이 유리하듯,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될 차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지능의 격차는 곧 경제격차로 이어지고, 그것의 결과는 경제의 양극화, 사는 지역, 환경, 행동양식의 양극화, 행복의 양극화로 귀결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역시 현실과 괴리감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학력자일수록 직업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높은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위치에 다가간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격차가 곧 지식의 격차’라는 모순은 시대가 요구하는 직업군, 지능과는 무관한 개인의 잠재력, 사회적 상황 모두를 설명하지 못한다. 일례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능과는 무관한 개인의 재능과 관련 있으며, 과거와 달리 명성과 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직업으로 청소년의 장래희망 1순위에 꼽히기도 한다. 이는 엄청난 경쟁률 안에서 성공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 직업의 인기를 말해준다. 또한 그의 주장은 변호사, 교수출신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많은 지식인들의 경제적 궁핍을 설명할 수도 없을 뿐더러 부의 대물림 현상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저자는 성과 범죄에 관련된 현상 역시 거의 모든 관점을 생물학과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많은 실험과 특정 사건의 분석을 통해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지만, 이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할 뿐 현상의 많은 부분을 제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Ⅱ. 아주 잔인한 ‘미모 격차’
 생김새는 우리의 일상적인 판단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아마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는 취업면접을 위한 성형수술과 선한 인상의 사람과 험악한 인상의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 다르게 나타나는 반응 등을 통해 쉽게 인정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미모의 중요성, 미모의 격차가 가져오는 결과들을 나열했다. 미모의 경제적 가치를 따졌던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의 주장을 언급하는가 하면, 미인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 행복한 인생과 불행한 인생을 사는 원인을 미모의 격차에서 찾는다. 가장 반박할 수밖에 없는 그의 주장은 이것이다. 인상이 나쁜 청년이 모두 범죄자는 아니고 청년의 범죄는 용모와 무관하다는 자료도 있지만, ‘지극히 못생겼다’고 평가되는 일부 청년은 강도나 절도, 폭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그의 주장은 그 속에서 역설을 찾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성공한 CEO 얼굴의 특징을 찾고, 그 특징의 원인이 되는 호르몬의 역할을 분석하는 등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영업직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외모 격차가 경제 격차로 이어진다는 내용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얼마 전에 읽었던 <끌림의 과학>의 내용과 동일한 부분도 있었다. 호르몬에 의한 남성과 여성의 뇌의 차이, 여성의 모유수유, 분만과 옥시토신과의 관계―모성애의 과학적 설명―등을 설명하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진정한 남녀평등이 그들의 타고난 차이를 인정하여 따로따로 다루는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으로 성(性)을 바라본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모든 생물이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복제해서 남길 수 있도록 발달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수컷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암컷과 교미하려 들고, 암컷은 다른 수컷의 새끼를 키워줄 다른 수컷을 찾는다.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동시에 구태여 진화론으로 특정 현상을 설명하려드는 부분에선 이해할 수 없었다. 여성과 남성의 성교 과정에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순간 소리를 지르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은 설득력이 없었고, 인간의 결혼 형태(짝짓기 형태)가 난혼이라는 주장에도 분명한 결점이 있어 보인다.

Ⅲ. 육아와 교육은 아이의 성장과 관계없다
 저자는 노력(환경)과 유전의 영향력 비교를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아이의 성장에 환경의 미미한 영향력과 유전의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언급한다. ‘발달 장애는 키나 몸무게보다 유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가정환경이 아이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언어지능 뿐이다’라는 주장은 많은 쌍생아―특히 일란성쌍생아―연구가 뒷받침한다. 
 하지만 다시금 반박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 나온다. ‘아이의 인격과 능력, 재능을 형성하는 데 육아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정이 아이의 성격과 사회적 태도, 성역할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주장과 더불어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집단 사회화 발달론을 통해 아이의 성장에는 친구 관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아이의 성장기(청소년기)에 주변 친구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부모의 말 대신 친구의 말을 더 따른다는 주장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육아의 중요성, 가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모두 부정하는 말은 대단히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전두엽의 차이와 친구와의 관계만이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신체적, 정서적, 성적학대는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칠까? 가정교육,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 부모의 가치관, 말과 행동 그 모든 것이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칠까? 이는 오직 운명론만을 신봉하는 사람만큼이나 무책임하며 위험하다. 

 분명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인 동시에 과학적 근거를 갖춘 주장이다. 이런 잔혹한 진실이야말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극적인 대비를 위해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도 하나의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오류나 치우친 주장도 종종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러 사례와 실험, 학자들의 주장과 가설을 통해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근거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미 알고 있지만 말하기 꺼렸던 부분들을 건드렸다는 부분에서, 그리고 반박과 공감을 동시에 품으며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유전적 영향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유전적 요인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많은 부분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환경적 요인의 위대함 또한 알 수 있었다. 진실은 그 모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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