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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평점 :

<오베라는 남자>의 소설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브릿마리 여기 있다>로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다.
오베라는 남자는 괴짜 할아버지의 닫힌 마음 열어주기 이야기라면 <브릿마리 여기 였다>는 40년 넘도록 전업주부로 살아왔고 청소와 십자말풀이에 정통(?)한 브릿마리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평생 집에서 집안일만하다가 고용센터에 처음 방문하게된 주인공 브릿마리. 예순이 넘은 나이에 경력도 없이(물론 본인은 경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턱대고 직업을 찾겠다고 고용센터 직원에게 강제적 부탁 아니 요청을 한다.
브릿마리는 고용센터 아가씨의 소개로 기울어가는 보르그지역의 레크리에이션센터 직원으로 가게 된다.그곳에 유일한 희망은 축구! 이혼한 남편이 즐겨보던 축구. 브릿마리는 왜 축구를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브릿마리는 보르그지역에서 만난 아이들로 인해서 축구에 마음이 열리고, 보르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또한 아이들 요청으로 얼떨결에 축구 코치까지 맡게 된다.
과탄산수소,팩틴이 청소에는 만능인 것으로 알고, 커트러리 정리는 반드시 포크,나이프, 스푼순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그녀. 자신이 청소하는 것을 유일하게 칭찬했던 언니의 갑작스런 죽음, 언니 대신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부모님에게 원망까지 들어야하는 사랑받지 못했던 존재. 결코 평탄하지 않은 어린시절을 겪은 브릿마리지만 결혼후 남편의 외도와 이혼으로 삶은 조금씩 흔들리며 브릿마리는 스스로를 가둔 집으로부터 탈출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일을 찾다가 경제위기로 무너져가는 도시 보르그까지 왔지만 그곳에서 그녀는 이전의 삶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오직 축구만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보르그를 지키고 브릿마리의 마음을 열게 해준 경찰관 스벤, 툴툴거리지만 축구에서만큼은 척척박사 뱅크, 그리고 미지의 인물을 만나면서 브릿마리는 답답하고 고집불통에 괴짜같은 모습에서 타인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때 브릿마리의 깔끔한 성격과 정리정돈하는 습관은 오로지 남편을 위해, 가정을 위해 희생해 온 브릿마리의 삶에서 축적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소설을 덮고 브릿마리의 인생을 돌아보면, 참 안쓰러운 여성이다.
하지만, 그 답답했던 삶을 제대로 답답하다고 느끼지도 못한 오랜 세월을 뒤로하고 '이혼'이라는 것을 하고, 다시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하게 되어 틀에 박힌 자신의 삶에 조금씩 틈이 생기면서 제2의 인생기를 맞이하게 된다.
결론은 밝히고 싶지 않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 다음의 브릿마리의 인생은 어떨까 상상하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을 통해, 특히 아이들을 통해 그녀는 닫혀있는 생각의 틀을 조금씩 깨고 나온다. 매일 마주하는 보르그사람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고, 타인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법을 알게 되고 '나만의 생각이 다 옳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 주변 사람들과 티켝태격 하면서 그 속에서 정을 느끼면서 삶의 새로운 바람을 맞이한다.
보르그에서의 바람이 그녀를 또 다른 장소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정말로 그녀는 보르그 아이들의 응원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브릿마리의 남은 삶을 응원해야겠다.
나는 브릿마리 소설을 읽다가 발견한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떄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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