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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위로
발라 지음 / 콜라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잠자던 추억을 불러 꺠워주던 보름달 빵.
'빵 하나로 주린 배와 마을을 채웟던 어린시절'.. 보름달빵의 가운데 들어있는 크림맛이 생각나는 오늘.

빵의 위로가 내 인생에 작은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빵의 위로를 읽으면서 작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빵의 특성을 서술하고 묘사한 글과 일러스트지만 보면 볼수록 그 빵을 먹고 싶게끔 하는 따뜻한 그림들.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어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그리고 빵순이라면 다 먹어보고 싶은 빵들에 대한 설명과 마치 향이 풍기는 듯한 묘사가 몸과 마음을 토닥토닥 해주며 배까지 채우게 해준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의 빵과 간식을 주섬주섬 먹었다.작가의 표현을 보라. 어찌 안먹고 참을 수 있으리.

입안에서 촉촉하고 살짝 존득하게 씹히는 맛이 마시멜로를 연상시키는 식감이다.(중략)
마치 이제 막 새로 사온 보들보들한 솜으로 채운 쿠션 같은 느낌이랄까.
-엔젤푸드케이크쿠션-
태양이 뜨근하게 달궈둔 해변의 바다위에서 뒹굴거니는 바다 코끼리의 둥실둥실한 몸매를 닮은 버터롤
루비 같은 딸기를 집어 먼저 입에 넣으면 기분이 확 올라간다. 그렇게 새콤달콤한 달기부터 먼저 한 입 먹으며 입맛을 다신다. 이제 달기크림 차례다. 푹신한 스펀지케이크 위에 아이싱된 딸기크림을 입에 잔득 묻혀가며 먹는다.
사르륵 녹는 크림과 향긋한 딸기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미안하지만 스펀지케이크는 뒷전이다.
-봄날의 딸기컵케이크-

어쩌면 빵을 이렇게 아름답고 생생하게 묘사할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최고의 간식을 오예스로 뽑았지만, 나는 몽쉘통통이다.오예스도 좋아하긴 하지만, 작고 앙증맞게 사이즈가 줄어든 이후론 몽쉘통통보단 덜 찾는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의 끈끈한 느낌때문에 먹질 않는데 몽쉘통통은 크림으로 들어간 맛이 좋아 자주 찾는다.작가도 나처럼 물컹거리는 마시멜로란 장애물을 '초코파이 냉동'의 방법으로 극복(?)해서 먹는다고 한다. 물론 그방법도 좋다.^^ 최고의 간식 부분을 읽고 나서 몽쉘통통을 사서 먹는다.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한다지?
작가의 글솜씨가 부러워진다.


영화[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내게 아주 신비로운(?) 영화였다. 영화속에서 주인공이 마담 프루스트가 준 차와 쿠키를 먹고 잊어버린 과거를 떠올린다.그 장면의 그 쿠키가 마들렌이라고 한다. 마들렌은 겉모양이 조개모양같다.작은 마들렌을 절반으로 나누면 마치 조갯살이 나올것 만같은데... 실제로는 한입에 쏙 넣어서 오물오물 씹거나 혀로 녹여서 먹으면 내가 잊고 살던 나의 어릴적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을까? 곧 비가가 쏟아질것 같은 오늘, 홍차한잔과 마들렌 여러개를 쌓아놓고 우적우적 먹어보고 싶다.
빵의 위로를 읽으면 책속에 들어있는 많은 빵들을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처음 맛본 빵에겐 설렘을 느끼고
늘 먹던 빵에겐 위로를 받고 싶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달콤한 초코케이크 한입 물고...
빵의 위로를 한장 한장 다시 보게 된다.
눈물나게 부드러운 티라미수, 버터롤, 초코롤케이크로 입을 녹이고,
살살녹는 에그타르트, 달콤씁쓸 치즈케이크, 푸근한 커피번으로 마음을 달래고,
이상한 나라의 스콘, 개찰빵 행성, 징검다리 마가레트로 추억을 떠올리고,
듬직한 단팥빵, 젠틀한 맛 파운드케이크, 격렬하게 고소한 땅콩크림빵으로 배를 채우고,
순간을 밀도 있게 채워주는 연유크림빵, 수다엔 허니브레드, 사랑스런 단팥크림빵으로 앙상블한 맛의 향연을 느껴본다.
빵과 빵에 얽힌 이야기가 다양해서 글로 다 적을 수도 없는 책!
작가가 책 속에서 알려준 레시피들로 빵을 만들어 우아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읽고 맛보고 느끼고 할 수 있도록 책 속의 빵이 지금도 나를 유혹한다.
<빵의 위로>는 스폰지케이크처럼 폭신폭신하고 막나온 모닝롤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책이다.
그래서 추천한다. 빵에게서 위로받아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