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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배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몰라도 되는 토막 상식 하나. 자신에게 취해 있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는다. 전에 누구 에세이에서 읽었는데, 취한다는 건 각성 상태였다는 뜻이니 원래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사람은 취하려야 취할 수 없다고 한다."

잡지 <여행>의 유카편집장의 제안으로 마지못해(?) 배타고 먹고 구경하는 항구마을 여행을 하게 된 히데오상! 좌우명이 '좋은 사람은 집에 있다'로 여행은 동경하나 이런저런 이유로 행동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못이기는 척하며 여행을 따라 나섰다.
유카편집장,다로군과 신고군이 함께하는 여행.
여행은 일본열도의 끝에 있는 고토열도부터 한국의 항구도시인 부산을 찍고 다시 일본 최북단에 있는 삿포로의 레분섬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다 타보면서 이것저것 지역 특산물까지 맛보며 놀멍쉬멍 다니는 여행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여행기는 감칠맛이 난다. 읽고 있으면 친구가 옆에서 혼잣말을 하면서 여행기를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역사를 어렵지 않게 팜플렛을 통해서 전달하면서 특유의 위트를 섞어 이야기를 담았다. 여행지에 대한 설명은 현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전달하면서 마치 우리가 그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쉽게 전달하고 있다.
작가가 여행한 곳은 고치, 도사시미즈,고토 열도, 미야기, 오사카반도, 한국의 부산,후쿠이, 니가타와 마지막으로 왓카나이, 레분섬이다.
일본에 대해 아는 곳이라고노 도쿄,오사카, 교토, 삿포로, 규슈 등이 전부인데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책속에 나온 지역을 네*버를 통해 검색해보면서 읽었다. 사진을 보면서 새로운 여행지를 알게 된 기쁨과 찾아가고 싶은 설레임이 솟구쳤다.
심지어 부산을 기록한 부분에서는 한국인이지만 아직 안가본 곳을 일본인의 시각에서 엿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고 또한 작가 특유의 이런 주장까지 귀여워보인다.
"코리안 어린이들이 뛰어다닌다.아아, 시끄러워라. 다 얄미워 보인다. 아시아의 과제는 아이들 가정교육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부산의 불가마, 때밀이 체험은 읽는 내내 푸하하 웃음을 주었다. 히데오상은 문장은 읽는 내내 심신이 지친 나를 웃게 만들었다.
"때밀이는 생각만큼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기분 좋지도 않았다. 솔직하게 쓰자. 어째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것 같아서 그저 한없이 마음만 불편했다. (중략) 축 늘어져 있는 거시기가 보였다. 둘다 무심고 웃고 말았다"
그가 쓴 다른 책들은 어떤지 읽어봐야겠다.
오쿠다 히데오상이 다닌 일본 여행지는 책을 통해서만 접하기엔 작가의 묘사가 생동감(?)있었기에 그 지역을 사진으로나마 확인하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지역이름이나 음식이름을 검색해가면서 찾아서 보고 여행노트에 기록해 두었다.한국인들이 거의 안다니는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은 어쩌면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길러주게 하지 않을까?
김영란 전 대법관이 며칠전 네이버 라이브 책방에서 그랬다. 여행도 책도 모두 상상력을 길러주는,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그런 곳, 그런 책을 선택하게 된다고.
이 여행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소개한 그 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아!"하고
뭔가 깨닫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막~ 미지의 곳을 알게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고.이미 작가를 통해 여행지에 대한 조금의 정보는 얻었지만 여행하는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이 다르니 나 또한 그곳에 가면 작가가 경험한 것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오지 않을까 싶다.
항구마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식이다.
고치신항에서 첫 여행에서 붓카케우동과 주먹밥, 도사시미즈에서 잡은 시미즈 고등어를 시작으로 여행지와 음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 음식들이 어떤 맛일지 또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배에서 바다와 태양을 청중삼아 춤을 추기도 하고, 미인 마담을 향한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지네에 물려서 병원 여의사를 만나 또 5분간 혼자만 사랑하는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상상과 혼잣말로 나만 만족하면 그뿐이다.
작가는 책속에서 늘 겸손하며 느긋하다. 혼잣말을 중간중간에 쓰는데 그 말투가 정겹기까지 하다.여행기의 감상문을 쓸땐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기가 꺼려진다. 직접 읽어봐야 그 여행지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특한 작가! 읽기 편한 글을 써준 오쿠다 히데오상의 항구마을식당에 대해서 데렝파렝(고토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데렝파렝'이라고 말한다고 한다.-책70p)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여행기라서 흥미롭고 작가의 글솜씨가 옆집 언니랑 대화하는 것처럼 편하네요 ^^ 가볍게 올 가을에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P.S. 데렝파렝...
암 것도 안하고 그저 뒹굴거리며 책만 읽고 싶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