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전설
안필령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안필령 지음
  • 어문학사

  책 표지에 '자녀와 함께 읽는 우화 소설'이라는 간단한 소개글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그림책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어린 우리집 아이들에게 읽기는 어렵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책이었다. 인간이 만든 재앙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요즘은 아이들 책에서조차 이쁘고 순한 우리말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가님이 자연을 벗하고 사시는 분이라 그런지 다양한 꽃들의 이름이나 생소한 들풀들의 이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산속에 놀러온 등산객이 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꼬까선'과 '별까랑'! 이름도 참 이쁘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개발하는 통에 동물들은 살 터전을 잃고 돈이 되는 동물들은 보호종이라도 잡아가고 죽이는 참혹한 현실에 수봉산 동물들은 봉기를 들었다. 여러가지 인간들이 등장하는데 소설이지만 현실과 별 차이없는 그대로의 인물들이다. 돈, 명예에 급급한 부조리한 탐관오리, 그들을 따르는 추종자들. 돈이 목적이 되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이고 싸우고 깨부순다.

꼬까선은 결국 가족의 죽음을 보면서 선봉에 나선다. 동물들을 연합하고 단결하는데 한 몫을 한다.

 인간들과 동물들 간의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속에서도 간간히 옛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은 숲 한 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감꽃을 본 적도 없는 도시인들에게 감꽃의 종류(고종시 감꽃, 둥시 감꽃, 고욤나무 꽃)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신기하게 읽혀지기도 했다. 식물채집, 곤충채집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조사만 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적어놓은 듯 하여 충분히 흥미로웠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현중만'같은 인간은 요즘 우리 사회에 널리고 널렸다. 친일의 후손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해 생기는 경제사범들, 돈이면 경찰들도 눈감아주는 희대의 사기꾼들. 우리는 그들을 처단할 힘도 잃어가고 있다. 소설 속의 힘없는 동물들이 바로 우리 서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미래에서 온 전설>은 아마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우리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매말라 피폐해지고 살 길이 급급하니 서로의 안부도 모른 채 살아가고 그 속에 동물들은 더 비참하게 버려지게 되는 건 아닐런지.

동물들의 필사를 건 사투는 누구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겪지 말았으면 하는 일들도 있지만 꼭 한 번은 거치고 가야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고 그 속에 인내와 인고의 결실을 맺게 된다. 보편적인 인생은 감당할 만한 고통이 주어지고 해결한 힘도 함께 주어진다고 한다. 요즘을 사는 우리는 감당할 힘도 고진감래의 단 맛도 어디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언제나 '상생'을 부르짖는다. 허나 그건 그들만의 '상생'일 뿐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정말 진정한 '상생'이 뭔지 지금 우리 모두가 생각해 봐야할 화두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사람. 우리는 우리의 본질도 잊고 살아가는 듯 하다. 관계를 중요시 한다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시할 것은 하나 없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야 아는 그런 어리석은 인간들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개개인이 스스로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고 소소한 주변을 살피는 노력을 시발점으로 하나의 큰 노력으로 결실을 맺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