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핑
왕안이 지음, 김은희 옮김 / 어문학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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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핑 >
  • 왕안이 지음, 김은희 옮김
  • 어문학사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들여다보는 듯 생동감이 넘쳤고, 중국의 특정 지방인 '상하이'의 배경과 변천사를 인물을 통해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조혼이 흔했고 먹고 살기가 힘드니 군식구 더는 셈치고 시집을 보내거나 남의 집살이를 보냈다. 중국은 남녀 차별이 우리나라보다 덜한 듯하고 땅이 넓은 대륙의 기질이 있어서인지 친척의 범위도 광대하고 또 먼 친척끼리 혼인을 하는 풍습이 흔했던 듯 하다. 당장 우리 부모님들만 하더라도 70대 중반이신데 몇 번 안보고 편지만 반년 주고받다가 결혼하셨다 한다. 지금의 남녀들은 죽고 못살아 결혼을 해도 헤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 옛 어르신들은 어찌 그 결혼을 감내하고 이겨냈을까? 봐온것이 그러하고 풍습이 그러했다고는 하나 자식 핑계를 대며 사셨다는 어머니들을 보면 지금의 시각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일이다. 중국은 모계 중심의 가족이 형성되어 여자의 목소리가 높은 듯 보이나 한국은 그와 정반대라 지금의 남성이 위축됐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나 그 옛날에 비해 약간의 힘이 축소된 것 뿐인듯하고 세상일이 돌고 도는지라 그렇게 핍박받던 여성이 이제사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는건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여주인공 '푸핑'은 책 내용을 보면 책 표지에 보여지는 것처럼 국적불명의 비호감 얼굴은 아닌듯하나 그렇다고 딱히 또렷한 이목구비를 상상하게끔 묘사된 부분이 없어 그저 나름으로 중국의 보편적 여인상을 떠올려보건데 표지의 여인은 일본인에 가까운 인상이지 싶다. 중국도 사상과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과도기에서 부모잃은 소녀의 고달픈 인생사를 엿볼수 있으나 이 책의 특이점은 제목으로 쓰인 푸핑이 주인공인 듯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푸핑을 둘러싼 각 개인들이 모두 주인공이며 그들의 삶속에서 '상하이'라는 도시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소제목도 모두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려운 살림 때문에 어린 나이에 정략 결혼을 해야하고 부모도 없고 돌봐줄 사람없이 친척집을 전전하지만 그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푸핑은 배운것 없으나 어찌보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코자하는 신여성와도 닮아있다. 장애가 있지만 서로 끌림이 있고 의지할 수 있다면 육신 멀쩡하고 실속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뿌리치고  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 그것이 조용하고 말이 없지만 강단있는 푸핑의 의지력이 아닐까. 비단 푸핑뿐만이 아니라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의지가 강하고 삶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할머니라 나오는 인물도 남의 집에서 비록 식모살이를 하지만 돈이나 권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본인이 선택한 집에서만 식모살이를 한다. '할머니'답게 그녀의 인생이야기 부분에서는 상하이의 여러 군상들이 등장한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지만 각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격려하고. 우리네 전쟁후의 피난민들의 생활과도 흡사하게 닮아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금도 미지의 나라에 가깝다. 알다가도 모르고 가깝다고 생각한 순간 저만치 달아나 버리는. 땅만큼이나 인구도 많고 그만큼 생각의 수도 방대하고 소수민족의 결합이 중국의 한 근간을 이루는것도 무시못하는 사실이다.

그들이 세계에 뻗치고 있는 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 미국을 능가하지 않을까. 그래서 미국이 아시아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문화와 민족을 아우르는 거대한 중국! 그들의 탁월한 문학적 역량도 기대해볼만하다.

또 다른 푸핑의 후손들이 새로운 중국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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