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허준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허준'의 일생은 다방면으로 재조명된 바 있어 새로운 면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칫 인생 겉핥기식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싶었다. 드라마는 이미 국민 드라마로 자리매김된 바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어린 꼬마까지 허준을 모르면 간첩이다. 역사의 유물이나 고서를 살펴보다 보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뛰어난 감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책을 써낸 걸 보면 현대의 기준으로 바라보아도 가히 놀랍다고 밖에는 표현할 도리가 없는 것들이 많다.

<동의보감>도 그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동의보감>이 나오기 전까진 중국 의서에 의존하면서 민간 요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허준'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굳은 결의와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의학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의 의술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이 책은 허준의 일생을 찬찬히 훑어 가는데 그 과정에서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고 그 시련과 역경 속에 책을 발간하기까지. 소설이라기보다 전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승 '유의태'와의 만남은 그의 일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고 이미 독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간략하고 짧게 소개한다.

그 많은 제자들 속에서 묵묵히 치료하고 공부하며 자신의 길로 매진하는 허준. 그 뒤를 묵묵히 따르는 아내의 내조도 그의 인생에 큰 몫을 한다. 백성들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그들의 치료가 최우선이긴 하나 서자 출신이라 언제나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치던 허준은

그 어린 날 목구멍의 가시같았던 굴레를 벗고나고자 내의원 시험에 응시하게 되는데 이것의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큰 인생의 굴곡을 만들게 된다.

선조와의 만남과 임진왜란! 조정은 당파의 싸움으로 늘 어지럽고 그 힘에 왕권을 확립하지 못하는 비운의 왕. 그의 인해 헐벗고 굶주리며 병마와 싸워야 하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민간에 보급되어야 할 의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가운데 왕의 명으로 <동의보감>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의원의 기본 자세인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대목이 임해군과 있었던 사건이다. 정신적으로 쇠약한 그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오늘날 의사들이 진정 배워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진료실로 들어가기까지 오래 기다렸다 들어가면 입 벌리고 귀보는 로보트적인 기본 말고 큰 중병이 아닌이상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하는 의사로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삶속의 어느 한 부분을 집약적으로 들여다보는 소설이 아니고 전체적인 숲을 보는 거라 그다지 흥미롭고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설명하는 수준이라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위인전 같은 느낌이었다. 위대한 인물이 다음 시대에도 계속 회자되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당연하다고 그냥 넘기기보다 그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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