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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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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으로 마음으로, 인물을 관계를 문장을, 그저 한없이 쓰다듬고만 싶은, 소설. 을 만났다, 황정은, <百의 그림자>. 고요하지만, 작품에 대한 애정과 흥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신형철의 평론까지. 더할 수 없이 좋았다. 읽고 싶은 이야기란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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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마츠가 돌아오지 않던 밤>이라는 소설을 추천합니다.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예요. 엄마의 죽음이 한 가정에 불러오는 영향을, 흐림 효과 처리한 사진처럼 보여주고 있어요. 마츠의 형의 시선을, 그 마음의 잔잔한 동요를 좇다 보면 찾아드는 먹먹함이,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어요.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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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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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카페 이 달의 이색리뷰 선정도서로서 만나 보게 된 책.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 중간 중간 등장하는 삽화가 참 귀엽다. 여왕을 주요 렌즈로 보는 왕실이란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담느라, 좀 더 심각하거나 중대한 내용이 뒤따를까 싶어지는데 웬 걸, 이렇게 귀여운 삽화들이 짠 등장한다. 어렸을 적 그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마조마 책장을 넘기던 동화 같아 웃음이 나고, 그러니까 이거, 노년에 책읽기에 빠진 여왕의 이야기구나, 하게 된다. 괜히 여왕이라고 긴장했네.

 

 

 

 

 

(저 꺼먼 부분은 핸드폰 카메라를 탓하고 싶지만 내가 그저 빛이 저렇게 드는 자리에서 찍었을 뿐이라는 점...^^; 아무튼, 귀여운 삽화.)

 

 

 

그렇다. 괜히 긴장했다.

어느 날 우연히 들게 된 이동도서관을 시작으로, 책읽기에 빠져드는 여왕을 지켜보고 있는 일은 내가 다 뿌듯하고 웃음이 나더라. 책 좋아하는 사람, 일상 속에 책 읽는 행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고 더 대화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 마음으로 눈은 다음 문장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왕의, 책 속의 책을 만나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노먼에게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책읽기에의 욕망을 내비치는 모습이, 그렇게 게걸스레 책을 읽어치우듯 하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여왕의 입에서 새로운 작가의 이름이 나오고 그것이 점차 풍성해지는 것도,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 무엇을 읽고 있는지 묻는 것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디 밖에서는 저, 책, 좋아해요, 하고 당당하지 못하게 혹은 조심스럽게(??) 말해오던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모습이 그득 담겨있었기 때문이겠지.

 

여왕이 새로운 작가나 작품을 말할 때마다, 이걸 다 적어두어야 하는데 싶었지만 자꾸 일단 미뤄두게 되었...어도 책의 어느 쪽을 펴거나 그 이름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기에 다행이다(? 먼 길 돌아온 문장이지만 그 뜻은 알겠지...??).

 

 

단순히 책읽기가 좋고 그에 빠져 있는 모습으로만 끝났으면 작품이 덜 살았겠다 싶은 것은, 여왕이 읽기에서 쓰기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데서의 감동에 있다. 결국 책은 책으로 끝날 뿐이며, 실천적 행위일 수 없음을 말하는 그 단상이 이 소설을 하나의 동화 같은 서사에서 한 층 나아간 영역으로 옮겨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히. 그 영역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혹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뭐라 단정하는 것도 섣부른 것 같고).

 

분명한 것은 140쪽 이야기의 시작에서 내가 그저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 보았던 여왕은, 그 중반부 어딘가부터 이제는 존경의 마음이 드는 대상으로 그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어느 새, 현재 내 책읽기의 수준은 한참 지나 있었다는 것. 닮았다고 좋아하다가, 얼마 후 아, 새롭게 보게 되는 것.

 

 

 

 

독서 근육을 키워가며 곁에 두고 읽고픈, 책에 관한 책이다. :) 나의 책읽기가 얼마큼 자랐는지, 이 책을 통해 재 볼 수 있을 것 같아. 책읽기의 또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새로운 적용점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 이 책은 특별히, 책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폐하께서도 심심풀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이해합니다."

"심심풀이? 책은 심심풀이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네. 책은 다른 삶, 다른 세상을 다루는 것이야. 심심풀이와는 거리가 멀어. 케빈 경, 짐은 다른 세상을 더 알고 싶을 뿐이야. 짐이 심심풀이를 원했다면 뉴질랜드로 갔겠지." (37/이 부분은 공감도 공감이지만. 뉴질랜드... 이것이 여왕의 패기, 덜덜.)

 

 

 

 

책 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 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은 연방이고, 문자는 공화국이라고. 사실, 이전에 들은 구절이었다. 문자공화국. (……) 책은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독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39~40)

 

 

 

 

그 때문이 아니었다. 책 읽기 때문이었다. 여왕은 책 읽기를 사랑했지만, 책장을 펼쳐서 다른 삶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예 없었더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다. 책 읽기가 여왕을 망쳐놓았다. 아니, 책 읽기를 위해서 여왕이 망가졌다. (73)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던 그 소설이 이제 가슴 시원할 만큼 활기차게 느껴졌고, 여전히 건조하기는 하지만 신랄하게 건조했다. 아이비 경의 담백한 문체와 여왕 자신의 문체가 비슷해서 여왕은 자기 글에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자 여왕은 생각하게 되었다(그리고 이튿날 공책에 적었다).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여왕은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작가의 말들(농담이 아닌 말도 있었다)에 웃으며 아이비의 소설을 쉽고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116)

 

 

이 책의 원제는 『The Uncommon Reader』로, 'common'에는 영국에서 '왕족이 아닌, 평민의'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uncommon'은 그에 반대되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common reader'를 하나의 의미로 보면 학자나 비평가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니, 그 반대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아니, 책에서도 말하듯 이제는 아무도 책을 읽지 않으니 '책을 읽는 사람'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은이가 던지는 걱정과 충고인지도 모른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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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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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마츠 기요시, <십자가>. 먹먹하고 지독한 무게감이 전해 준 적잖은 위로. 이 작가, 좋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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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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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리뷰글을 쓰고 싶어 읽는 내내 근질거리고 설렜던, 김애란 작가님의 단편 여덟 작을 모은 소설집.

(항상 그렇듯, 책을 만난 계기와 개인적인 감상 위주의 리뷰글입니다)

 

 

재수, 삼수를 했던 친구가 나는 이 책이 정말 좋았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한 작품을 꼽아 자기의 한때와 너무 닮았다며,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고 추천을 했었다. 그 친구가 이제는 아마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일테니, 그 추천에 힘입었다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 싶다. 그래도 그때의 추천을 잊은 것은 아니기에, 책을 손에 든 동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말할 수 있지.

 

 

그렇다고 해도 사실, 내가 김애란 작가를 처음 만났던 건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서였다. (앗!)

항상 『침이 고인다』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면서 왜 『두근두근 내 인생』이 먼저였니 묻는다면 딱히 기억나는 것도, 그래서 이렇다 할 것도 없지만, 그랬다. 아마 책에서 발췌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어떤 글의 조각에 반했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두근두근 내 인생, 하면 아직도 아, 하게 되는 뭔가가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하고, 트위터에 썼었는데. 지하철에서 책을 참 조심스레, 한 장 한 장 넘기던 생각이 나네.

 

 

딱 이만큼의 온도. 3월에 썼던 그 표현이 지금도 딱 적당하다.

딱 이만큼, '쓰고 싶은' 글을 이번 소설집에서도 만났다. 순서상 세 번째 작품으로 수록된, 「성탄특선」이 그것.

왜, 라고 묻는다면 나는 또 두루뭉술한 나의 감상만을 풀어 놓으며, 혹은 제대로 풀지도 못하며 답답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냥, 뭐랄까. 참으로 무력한 듯한 일상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지금 머릿속에서 안개 너머 갇힌 어휘와 표현들이 맴맴 도는데) 그 힘없음이 불쌍함의 영역까지 가지는 않지만 답답함은 존재하고, 또 그런 대로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그런 글. 역시 너무 추상적인가 싶어도, 그런 이야기. 더 가라앉지도, 더 무력하지도 않은 딱 여기까지의 글.

 

 

 

개인적으로 읽기의 한 호흡이 길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단편 읽기를 좋아하지만, 한 편이 끝나고 나면 그 여운 때문에, 새로운 제목 한 장을 넘겨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단편소설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시간은 한 번에 쭉 달리는 장편소설에 비해 오히려 더 소모되기도 한다.

 

 

『침이 고인다』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비슷한 정서를 축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각 작품의 내용상으로도 그렇고, 주인공의 모습도, 그의 가족도, 어딘가 서로 많이 닮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을 다 읽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까지의 텀이 더 길었던 것 같다. 하루에 한 편 꼴로, 많으면 두 편, 그렇게 읽은 셈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 하게 되는 작가라니.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다시 일으켜주는 작가라니. 나에게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까. 계속해서 읽지 않을 수, 그녀를 좇지 않을 수 없겠다.

 

 

 

나는 다섯 음에 적응해갔다. 피아노는 건반 자체가 아닌 자기 내부의 어떤 것을 '때려서' 음을 만든다는 것도 이해했다. 높은 음일수록 빨리 사라진다는 것도, 음마다 자기 시간을 따로 갖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러니 각 음이 모여 음악이 된다는 건, 여러 개의 시간이 만나 벌어지는 어떤 일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나는 아홉 살이었고, 내겐 연주를 할 시간보다 말썽을 피울 시간이 많았다.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거나 언니의 비명이 들릴 때마다, 엄마는 만두피를 빚다 말고 잽싸게 달려와 우리를 두들겨 팬 뒤, 다시 쏜살같이 달려가 만두를 쪘다. 엄마는 늘 바빴다.

- 「도도한 생활」

 

 

 

어쨌든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그녀는 그날 밤, 후배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그 한마디 때문에 후배와 살게 된 건지도 몰랐다. 후배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싶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껌 반쪽을 강요당한 그녀가 힘없이 대꾸했다. 응.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면 말이에요. 응. 후배가 한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 「침이 고인다」

 

 

 

밥장사를 하다 보면 별일이 다 있지만, 어머니가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사소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손님이라는 것도 별 특징이 없었다. 어느 날 한 사내가 들어와 국수 두 개를 시켰다. 손님이 방을 원해서 어머니는 안방에 상을 봐줬다. 국수와 고추 다대기, 김치 한 종지가 전부였다. 사내는 빈 그릇을 하나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왜 그런가 싶어 사내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사내는 자기 맞은편 국수 위에 빈 그릇을 엎어놓았다. 혹여 국수가 식을까봐 그러는 거였다. 곧이어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는 방긋 웃은 뒤 그릇을 걷고 젓가락을 들었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댄 채 조용하고 친밀하게 국수를 먹었다. 어머니는 멍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런 일상적인 배려랄까, 사소한 따뜻함을 받아보지 못한 '여자의 눈'으로 손님을 대하던 순간이었다. 밥 잘하고 일 잘하고 상말 잘하던 어머니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살면서 중요한 고요가 머리 위를 지날 때가 있는데, 어머니에게는 그때가 그 순간이었을 거다.

- 「칼자국」

 

 

 

그해에는 혼란스러운 것이 많았다. 신학기의 낯선 질문 앞에서 당황하거나, 뭔가 고백하고 해명하지 않으면 누군가 나를 비난하지 않을까 조바심 낸다거나 하는 일들로 말이다. 우리가 하는 말은 대부분 할 말이 없어서이거나 침묵을 견딜 수 없어 하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는 우리가 언제 어떤 말을 하며 살아왔는지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그 말들 안에서 자주 달뜨고, 아프고, 우왕좌왕했다.

- 「네모난 자리들」

 

 

수록된 단편 여덟 :^)

「도도한 생활」「침이 고인다」「성탄특선」「자오선을 지나갈 때」「칼자국」「기도」「네모난 자리들」「플라이데이터리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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