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 개정판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9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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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깔끔한 그림과 밝은 색상으로 그려낸 책.

슬픈 이별에 아파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위로의 책이라 해도 괜찮을 책.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슬픈  것입니다.

어른들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어떨까 싶습니다.

특히 그 죽음이 사랑하는 아빠라면?

 

 

 

 

 

한 장의 그림 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니 참 행복했던 가족이었음이 짐작 갑니다.

검은 옷을 입은 아이들과 엄마를 보니 장례식을 마치고 온 저녁인듯하고요.

옷걸이에 걸린 회색 양복과 그 아래에 놓인 검은 가방을 보니 아빠와 급작스레 이별을 한 듯 보입니다.

아빠의 손을 잡듯이 아빠 양복 소매를 잡고 있는 여자아이와 노란색 모자를 만지고 있는 장면을 보니까 아빠의 부제가 느껴집니다.

주황색과 노란색 계열의 따뜻한 색감을 주로 써서 표현한 아이들이 있는 방 너머에 혼자 앉아 창밖을 보는 엄마가 머무는 공간은 파란색으로 좀 더 차갑게 표현되었습니다. 새싹으로 표현된 아이들 방의 벽지 그림과 눈물 모양의 엄마 방 벽지만 봐도 아이들에 비해 엄마(어른)의 충격과 슬픔이 훨씬 더 크게 전해집니다. 엄마 발치에 기운 없이 엎드린 강아지도 슬픈가 봐요.

그 너머 공간은 아빠의 공간인가 봅니다. 회색의 방에 덩그러니 놓인 빈 의자와  액자 속 아빠 사진은 엄마 등 뒤의 가족사진과 확연히 대비됩니다.


한 장의 그림만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그림책 참 오랜만입니다.

 

파란색의 차가움에 대비되지만 또 빨강과 노랑 같은 따뜻한 원색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 색상 표현과 등장인물과 풍경을 그릴 때의 둥글고 부드러운 선의 느낌은 앤서니 브라운의 책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현실 속 세상과 과 환상 속 나라가, 아빠의 부제가 가슴 아픈 실제와 아빠를 만나 따뜻한 위로를 받는 꿈이 참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


두 남매가 보고 싶은 아빠에게 쓴 편지로 만든 종이비행기를 따라 나선 고요한 나라로의 여행에서 '아이들은 정말 아빠를 만나게 될까'는 책을 통해 만나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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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루시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2
김지연 글.그림 / 북극곰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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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 함께라서 더 행복한 것도 있어요.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지만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습니다.

 

따뜻한 햇살과 넓고 푸른 들판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지붕을 독차지하고 앉은 고양이 루시.

친구들은 그런 루시를 올려다보면서 같이 올라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 행복을 혼자 차지하고 싶은 루시.

친구들을 올라오지 못하게 하지요.

그런데 함께 공놀이하는 친구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음~~같이 놀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함께 먹는 맛있는 밥, 함께 자는 낮잠도 은근 부러워집니다.


이런 맙소사, 비가 옵니다.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루시는 그만 기분이 슬슬해집니다.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루시의 기분도 우울해지지요.

 

비가 그치고 화창한 햇님이 다시 지붕 위를 가득 채웠습니다.

 

오늘 이 지붕 위에 멋진 변화가 일어납니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노란색, 초록색, 까만색.

세 가지 색만으로 그림책을 만든다.

그것도 감정을 전달하는 그림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배경은 생략되었습니다.

오히려 지붕 위에 앉은 루시의 기분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지붕 위에 홀로 앉아 비를 맞는 루시를 클로즈업해서 표현했습니다.

루시의 기분이 백번 이해가 되네요.


이쯤 되니 김지연 작가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얼른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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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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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 밀집한 낡고 오래된 동네에서 사립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자원봉사 한지 9년 가까이 된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온다. 아이들이 오니 그 아이들을 찾으러 엄마들이 오고, 가끔은 나이가 든 어른들도 오신다.

돈이 없는 가난한 도서관이다 보니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이외에 나눌만 한 게 없다.


어떤 아이들은 화장실이 급해서 오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목이 마르면 물 먹으러도 온다. 오기는 자주 오는데 프린트만 해가는 아이도 있다. 그러보 보니 요샌 폰 밧데리 충전하러 오는 아이들이 늘었네.

(아마 와이파이가 되면 도서관에 아이들로 흐르고 넘칠 지도 모르겠다.)


초등 몇 2~3학년에 왔다가 이젠 고등학생이 되서 자원봉사 하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전에 선생님이 그리워서 여고생이 되서 방학이 되면 동생들 보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배가 고파서 라면이라도 얻어 먹으러 오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한 자리에 오래 있다보면 누구누구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는지, 누구네 집에 동생이 태어났는지, 누구네 언니랑 누구네 오빠가 커플이라는 둥 만다는 둥, 누구 씨네가 이번에 베트남에 있던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 시키려고 데리고 왔는지, 한동안 안 보이던 누구는 얼마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던지.....


이쯤되니 구구절절한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정을 좔좔 꾀게 되었다.


박영란 작가의  『편의점 가는 기분』을 읽는 내내 주인공 소년이 자신의 편의점을 찾는 이들의 사건 사고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과 마치 우리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너무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큰 감동은 아니지만 이 책이 좋은 이유가 있다.

첫 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비주류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라서 좋다.

둘 째, 대책없는 해피엔딩이 청소년 문학에 좋은 마무리인가라고 생각해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해피 엔딩이라서 좋다.

  

내가 아파보면 타인의 아픔에 공감 할 줄 알게 된다.


10대에 미혼모가 되었으나 자신의 아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에게 반항하며 가출한 20대의 어머니를 둔 소년.

자신의 아픔 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텐데도 야간 알바하는 편의점을 찾아드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소년이 살고 있는 구시가지에서 건너다 보이는 누구나 동경해 마지 않는 신시가지 저 화려한 불빛 아래 사는 사람들 중 소년만큼 따뜻한 가슴을 가진이가 있을까?


소년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왜 우리 도서관 봉사자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참 닮았다.


편의점 가는 기분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따뜻해서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편해서. "

"그것도 아니면 버릇이 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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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
김병기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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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꽃씨를 뿌려 보았다면 이 짧은 한 줄 시에 가슴 떨 것이다.

 

 

 

작년 가을 일터를 이곳으로 옮겼으니까 딱 일 년이 됐다.

주차장으로 쓰는 너른 마당은 온통 자갈로 덮여 있었고, 그 을씨년 스런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큰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풀 한 포기 없이 휑하니 메마른 땅을 보고 사람사는 냄새가 안 나는 곳이었다. 주차장 마당 길을 따라 꽃씨라도 뿌리면 내년엔 황량한 자갈 마당 대신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작년 가을 열심히 꽃씨를 모았다.

강변에서 만난 코스모스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모았고, 키가 큰 코스모스와 함께 심으면 좋겠다 싶어 노란색이 매력적인 금잔화 씨앗도 열심히 모았다.

가을에 꽃을 보려면 4월이 끝나기 전에 꽃씨를 뿌려야 한다길래 아이들을 데려다 자갈투성이 땅을 파고 돌을 골라내고 꽃씨를 뿌려주었다.

폭염이 계속되던 여름날엔 말라죽을까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주었고, 뙤약볕 아래서 꽃들 보다 몇 배는 빨리 자라는 풀을 뽑는 일이 정작 돈벌이를 위한 일보다 더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딱 일 년이 지났다.

가을이 되기도 전에 코스모스는 피어버렸지만, 뿌린대로는 아니어도 자갈을 피해 그 척박한 땅에서도 듬성듬성 금잔화도 무리지어 탐스럽게 피었다.

이 가을이 지나고 나면 코스모스는 다시 꽃씨를 떨구어줄 것이고 금잔화 씨앗도 그 땅에 남게 되면 내년엔 올해 보다 더 풍성한 꽃을 보게 될 것이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보려고

다시 일 년


一花難見日常事

일화난견일상사



누구라도 꽃씨를 뿌려 보았다면 이 짧은 한 줄 시에 가슴이 떨릴 것이다.


짧은 시라고 해서, 쉬운 시라고 감동이 덜 한 것이 아님을 김일로 시인의 시를 읽고 깨닫게 된다.

 


한시는 무조건 어렵다 여겨 멀리하고 살았는데, 한시에 이런 매력이 있을 줄이야.


나처럼 한자에 거의 문맹이다 시피한 독자라도 김일로 시인의 한 줄 한시에 김병기 님의이 덧붙여 풀어둔 글을 읽다보면 또 다른 시의 맛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에 두 시인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짧지만 시인이 담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담긴 시와 한시를 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해 한줄의 한시로 시 한편을 고스란히 녹여 담은 김일로 시인의 시와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그 한시를 아름다운 시로 풀어 쓴 김병기 시인의 노고 또한 아름답다.

 

 

<나 역시 꽃 보려고 일 년을 기다려 꽃씨를 따다 키우기를 일 년, 그렇게 해서 꽃을 피운 금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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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 - 상품에 담긴 침략과 혁명의 역사
김대갑 지음 / 노느매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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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것이 그것을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사건을 보는 사람에 따라 할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고, 같은 사건도 누가 언제 어디에서 보고 듣고 읽느냐에 따라 이렇게 무궁무진한데 이걸 겨우 몇 사람이 밀실에서 그것도 겨우 몇 달 만에 한 권의 책에 구겨 넣겠다는 사람들의 '근자감'은 어디 저 멀리 화성에서 온 거니?

그동안 어떤 역사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너무 흔해서 누구나 알고 있으나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고, 알지 못했던 그 물건 내지는 상품의 유래나 배경 혹은 역사에 담긴 자본주의 속살을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바바리코트 하면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쉰세대이지만 그래도 바바리의 유래가 전쟁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사냥을 즐겼던 테어도어 루스벨트와 테디 베어 이야기나 교육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세 아들들에게 강추해가며 꼬박꼬박 챙겨보았던 '토마스와 친구들'의 차별에 관한 이야기는 완전 쇼킹하다.


역시 사람이 '생각하는 동물'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모양이다.


"​아들들 미안, 엄마가 함께 보면서 설명을 좀 해줬어야 하는데."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를 읽고 보니 지금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고 웃긴다면 웃길 수 있는 고민이 생겼다.

커피 문제다.

나는 우리나라 커피회사 동서식품에서 만든 커피를 주로 마셔왔는데 이 분야의 거대 독점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가 지분 50%나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네슬레가 소유한 식음료 회사를 다 따져봤더니,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무슨 커피를 마시던지 인스턴트커피를 마실 때마다 내 돈이 네슬레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커피를 끊어야 하나?

네슬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나름 괜찮은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분유 광고를 하지 않고 모유 수유를 권장하는 기업으로 한때 엄마들한테 소개돼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네슬레의 추악함을 알고 치를 떨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계산된 마케팅이었지도 깨닫게 되었다. 네슬레의 민낯은 칠레의 아옌데 정부와 관련된 페이지에도 잘 나와있다.


그나저나 왜  내가 학생이었을 땐 이렇게 재미있는 역사 책이 없었단 말인가.

그랬다면 역사 수업 시간을 진짜 좋아했을텐데.
왕들의 전쟁 역사만 외우게 했으니 그리 재미가 없지 ㅠ ㅠ

『카트에 담긴 역사 이야기』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책이다.

저자가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라서 그런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도 딱이게 쉽고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은 돌려가면서 읽는거다.

그런 의미로다가 우리집 아들들도 시험 끝나면 제일 먼저 읽겠다고 이미 예약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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