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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 ㅣ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12/pimg_7851691531521369.jpg)
주택이 밀집한 낡고 오래된 동네에서 사립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자원봉사 한지 9년 가까이 된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온다. 아이들이 오니 그 아이들을 찾으러 엄마들이 오고, 가끔은 나이가 든 어른들도 오신다.
돈이 없는 가난한 도서관이다 보니 인스턴트 커피 한 잔 이외에 나눌만 한 게 없다.
어떤 아이들은 화장실이 급해서 오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목이 마르면 물 먹으러도 온다. 오기는 자주 오는데 프린트만 해가는 아이도 있다. 그러보 보니 요샌 폰 밧데리 충전하러 오는 아이들이 늘었네.
(아마 와이파이가 되면 도서관에 아이들로 흐르고 넘칠 지도 모르겠다.)
초등 몇 2~3학년에 왔다가 이젠 고등학생이 되서 자원봉사 하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전에 선생님이 그리워서 여고생이 되서 방학이 되면 동생들 보러 오는 아이들도 있고, 배가 고파서 라면이라도 얻어 먹으러 오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한 자리에 오래 있다보면 누구누구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는지, 누구네 집에 동생이 태어났는지, 누구네 언니랑 누구네 오빠가 커플이라는 둥 만다는 둥, 누구 씨네가 이번에 베트남에 있던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 시키려고 데리고 왔는지, 한동안 안 보이던 누구는 얼마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던지.....
이쯤되니 구구절절한 동네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정을 좔좔 꾀게 되었다.
박영란 작가의 『편의점 가는 기분』을 읽는 내내 주인공 소년이 자신의 편의점을 찾는 이들의 사건 사고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과 마치 우리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너무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큰 감동은 아니지만 이 책이 좋은 이유가 있다.
첫 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비주류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라서 좋다.
둘 째, 대책없는 해피엔딩이 청소년 문학에 좋은 마무리인가라고 생각해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해피 엔딩이라서 좋다.
내가 아파보면 타인의 아픔에 공감 할 줄 알게 된다.
10대에 미혼모가 되었으나 자신의 아들을 돌보지 않고 부모에게 반항하며 가출한 20대의 어머니를 둔 소년.
자신의 아픔 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텐데도 야간 알바하는 편의점을 찾아드는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소년이 살고 있는 구시가지에서 건너다 보이는 누구나 동경해 마지 않는 신시가지 저 화려한 불빛 아래 사는 사람들 중 소년만큼 따뜻한 가슴을 가진이가 있을까?
소년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왜 우리 도서관 봉사자들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참 닮았다.
편의점 가는 기분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따뜻해서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편해서. "
"그것도 아니면 버릇이 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