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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 - 어둠을 지나 비로소 빛이 된 불멸의 작품 120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평점 :
“살랑이는 물결의 덧없음을, 강물 위로 쓰러지는 불빛의 쓸쓸함을, 짙은 밤 속 별의 우울을 죄다 색으로 본역하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듯한 반 고흐의 그림, 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스스로 귀를 자를 만큼 정신병을 앓다 쓸쓸히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거나, 그의 형제 테오와 나눈 편지들에 그의 고뇌가 담겨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처럼 그의 작품들과 하나하나 함께 연결지어 감상해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 반 고흐의 작품들을 인생의 여정을 따라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책 <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입니다.
이 책은 화가로서의 고흐의 인생 전 시기를 일대기별로 나눠 소개합니다. 삶의 터전을 옮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 자연이 그의 작품에 미친 영향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어요. 그림과 편지, 그의 삶을 매치해 고흐의 색채에 맞춰 해석한 작가의 글이 가슴 아프게 와닿아요.
화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던 네덜란드 시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고흐의 작품과 달리 어둡고 차갑고 우울한 색채가 가득해요. 이는 사랑하던 여인에게 거부당하거나,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부모에게 반대 당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여인을 모델로 쓰다 임신을 하게 했다는 누명을 쓰는 등, 모질었던 삶의 사건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을 그린 이 시기의 이야기가 저에게는 고흐의 이야기와 함께 더 깊은 인상을 주었어요.
테오가 일하던 파리에 입성해 빛과 색을 탐구하기 시작했던 시기, 자연의 축복을 화폭에 담았던 아를 생활의 시기의 그림들은 이미 익숙하지만, 테오와의 편지, 작가의 해설과 함께 더 풍성한 이야기로 살아나요. 또한 이미 귀를 자른 후인 생레미 정신병원에서의 그림들은 그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얼마나 더 성장하고 걸작을 남겼는지 새삼 깨닫게 한답니다.
“난 혼자 물어보곤 해, 왜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에 가는 일이 프랑스 지도에 있는 그 검은 점들에 가는 것보다 힘든 걸까 하고. 별에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택해야 할 거야. 확실한 건,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별로 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죽은 후에는 기차를 탈 수 없다는 거야.”
가장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의 탄생에 이어진 편지를 읽어보며, 생생하게 프린트된 작품을 감상해봅니다.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롭게 잠겨보기 좋은 엄마의 책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