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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음악 - 2024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ㅣ Dear 그림책
미란 지음 / 사계절 / 2024년 2월
평점 :
작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광고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책장마다 음악과 관련된 요소들을 넣으며 독자를 자신의 세계에 초대한다. 반복해서 읽다 보니 혹시 그림을 먼저 그리고 글은 나중에, 아니면 처음엔 글 없이 구상한 것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의 전작인 「구멍과 나」를 찾아봤는데 역시 글 없는 그림책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도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어쩌면 짧은 글과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모인 한 편의 시화 같기도 하다. 그림만 있고 그림의 끝장에 시 한 편이 된 글로 맺음 되었어도 또 다른 재미와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 한 아이를 따라간다. 아이의 독백과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정면에서도 바라보고 멀찍이서도 바라본다. 따라가는 호흡이 느껴진다. 그런데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따라간다. 아니면 따라가 주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 얼마큼 따라갈 수 있으려나 싶은데 어라, 머리 위로도 그리고 아이가 있는 세상 전부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놀랐다.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내려! 그만, 위험해”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함께 콩닥이며 바라보는 이는 누구인가. 그림 구석구석에 음악에 대해 공부한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어느 장에는 악기들이 숨어있고 어느 장에는 음악 용어나 악보 기호들이 숨어 있다. 작가는 그런 기호들에도 메시지를 넣어둔 것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악기 그림에 ‘돈꾸밈음’이 숨어있는 부분이 있는데 ‘돈꾸밈음’은 원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기호의 위아래에 정 반대의 모습으로 헤엄치는 오리들이 있다. ‘돈꾸밈음’의 시작과 끝이 어떤 오리인지는 모른다.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니까. 그런데 “걱정 마셔 제자리로 돌아갈 거니까..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몇 초간 다시 보고 웃었다. 내가 엄마라서 그런가.. 바라보는 이가 내가 되는 것 같다.

아이는 아침에 나와서 이제 돌아간다. 중간에 비도 왔는데 옷이 젖지 않은 모양이다. 비옷을 준비해서 일까. 비옷은 언제 준비 한 것일까. 하늘로 뻗은 것 같은 노란 길을 향해 아이는 페달에서 발을 떼고 달린다. 페달을 밟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열심히 페달을 밟아 동력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을 수도 있다. 잠시 후 비틀거리다 다시 페달을 밟을 아이를 생각하니 대견한 마음이 든다.
한 아이가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탔고 비도 왔다. 잠깐 멈춰서 생각도 했다. 그리고 또 달린다. 뒷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 지켜보는 이는 어땠을까. 아이를 따라가는 시선이 내가 되었다가 전능자도 되었다가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음악이란다.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이 될 길을 달리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든 것이 음악이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도입 부분에서 아이의 집 앞을 쓸고 있는 미화원의 빗자루 끝에 모인 것들을 보고 뭉클했다. 음악은... 그런 것이다. 지난밤 그 길을 걸은 누군가의 한숨이 떨어졌어도, 꿈이 떨어졌어도 그것은 그들의 노래였다. 슬픈 노래이든 기대에 찬 노래이든 그것은 음악이 될 수 있다. 모아 모아 두었다가 새들과 함께 날아오르길...
예전에 운동회에서 337박수만 하다가 찌개 박수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 지글지글 짝짝, 보글보글 짝짝. 모두 다 음악이다. 쿵 짝짝.
아이와 함께 본다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다. 의성어들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림을 보며 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색칠을 하겠다고 색연필을 들고 달려올지도 모른다. 많은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이다. 친절하게도 마지막 안쪽 표지에 숨은 그림들의 정답도 알려준다. 한 번 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자주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초등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와 엄마가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나처럼 다 키워놓았다 생각되는 아이가 있는 엄마들도 꼭 한번 보시기를. 지켜보는 이의 시선을 따라가면 지난날의 내가 보여서 울컥해질 수도 있다. 부지런한 이 아이가 꼭 어린이 같지만은 않아서 내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모두 다 음악인 이 세상에 당신은 어떤 음으로 함께 하고 있는가. 음표는 악보 위에 있어야 하고 악기는 악보를 소리로 내야하고 강약과 위치를 조절하는 약속도 해야 한다. 아이는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또 성인이 된다. 지나오는 모든 것이 음악이다. 지글지글 짝짝 보글보글 짝짝. 모두 다 음악.
영화의 쿠키영상처럼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한 줄.
그리고 아이의 손에 들린 지휘봉.
내일은 너의 음악을 들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