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앤, 우리의 계절에게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 다섯 계절에 담은 앤의 문장들
김은아 지음, 김희준 옮김 / 왓이프아이디어(What if, idea)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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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앤의 그림이 한 장도 없다. 그래서 앤의 계절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앤의 캐릭터들과 그 장면에 함께 있을 수 있다.

긴 이야기의 뒷장에 인물사전 혹은 찾아보기 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렇게 앤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우리는 길어봤자 앤과 길버트의 결혼까지를 읽었거나 보았고, 그 이후의 여섯 권이나 되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거나 아직 다 읽지 못했을 것이다. “앤은 길버트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대” 가 끝인 줄 알았을 수도 있다.

그런 독자들이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책이다. 앤의 전편에서 앤과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김은아 작가의 생각을 적어 둔 글이다. 그러니까 앤을 포함한 다른 등장인물 말들을 읽을 수 있다. 김은아 작가는 문학치료사답게 개인의 에세이가 아닌 문학으로서 앤의 언어들을 소개한다. 낯설지 않도록 인물 소개와 상황 설명을 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앤 묵상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혹은 앤 사전, 앤 평전..

마지막 권의 내용을 나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성인이 된 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앤만은 그냥 그대로 있어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어른 앤은 여전히 낭만을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지 않았을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 나오는 ‘서희’가 생각났다고 하면 오버일 수도 있지만, 앤과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앤의 어른 됨을 인정하고 만다. 나도 어른 앤도 어른. 더 깊어진 앤의 낭만을 만날 수 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다 읽고 나면 앤 전집을 읽기 시작할 수도 있다.

수집한 문장을 펼치고, 배경을 설명할 뿐 아니라 작가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리고 쓴 이와 읽는 이를 성찰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이번 가을에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마주했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길버트의 시선과 앤의 시선이 다른 것은 남자와 여자의 감성 차이일까 아니면 자라면서 마주한 상황의 열매들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의 마무리는 다시 봄으로 돌아온다. 사계절을 돌아 다시 봄, 그다음은 여름이겠지. 끝나지 않을 낭만과 사랑의 꽃을 피우는 인생을 노래한다. 그러고는 묻는다. 인생의 사계절 중 우리는 지금 어떤 계절에 있는지, 어떤 꽃으로 채우고 싶은지.

인생의 모든 순간이 꽃인 것을, 앤과 함께 그 계절을 지나왔음을, 그리고 지나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듯이..


추천한다:

-앤의 서사를 한 권에 보고 싶은 이에게

-앤의 전체를 읽고 싶으나 엄두가 나지 않는 이에게도.

-독서모임을 하며 질문을 만들고 싶은 리더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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