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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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랑받는 자의 의무”(p.9)라는 믿음으로 짧은 생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던 장영희 교수가 독자들 곁을 떠난 지 15해가 지났는데요. 생후 1년 만에 걸린 소아마비로 인해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야 했고 3차례에 걸친 암 투병 속에서도 그녀는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마지막까지 작품 활동을 펼쳤습니다.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살게끔 하는 것이다.”(p.8~9)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을 사랑에 관한 최고의 명문장으로 꼽는 장영희. 영문과 교수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장영희 교수의 따뜻한 숨결과 진솔하고 쾌활한 성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신간.

 

삶은 작은 것들로

 

일상 속 단상을 잔잔하게 풀어낸 에세이이자, 유작에 들어있는 삶에 관한 감사와 사랑, 용기와 희망이 배어 있는 문장들을 골라 펴낸 문장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자연, 인생, 당신, 사랑, 희망이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에 담아낸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필사하며 하루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복잡하고 기나긴 문학 텍스트 속에서 지극히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진실을 캐낼 줄 아는 사람”(p.9) 에세이스트 장영희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깊은 울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안겨줄 보석 같은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1. 자연

 

‘1부 자연편에는 자연에서 느끼는 삶과 죽음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있습니다.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의 결정(結晶)이다.’라는 키츠의 말처럼 성숙은 어차피 아픔과 죽음을 수반하게 마련인지도 모른다.”(p.35)

 

춥다고 웅크리기보다 일어나 뛰면 훈훈해지듯이 삶에도 반항 정신이 필요합니다. 운명으로 치부하고 주저앉기보다 일어나 반항하는 투쟁이야말로 삶을 더욱 값지게 합니다. 이제 겨울이니 봄이 멀지 않듯이, 마음의 겨울에도 분명 머지않아 봄이 찾아올 테니까요.”(p.39)

 

생각해 보면 나도 내 인생의 가을 문턱에 서 있다. 삶에 대한 애착이야 남겠지만 그래도 있는 날까지 있다가 내 시간이 오면, 나무처럼 풀처럼 미련을 버리고 아름답게 떠나고 싶다.”(p.40)

 

2. 인생

 

‘2부 인생편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작가의 가치관이 담긴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특히, 믿음과 행복에 관한 문장은 생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p.47)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도, 운명은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의 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p.48)

 

결국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패기도 열정도 용기도 아니고 인간의 선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p.53)

 

“‘잘 산다는 말의 의미세상에 태어나서 남에게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마음 자체가 기본이 되는지도 모른다.”(p.55)

 

행복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 세상에서 숨 쉬고, 배고플 때 밥을 먹을 수 있고, 화장실에 갈 수 있고, 내 발로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내 눈으로 하늘을 쳐다볼 수 있고, 작지만 예쁜 교정을 보고, 그냥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p.63)

 

3. 당신

 

‘3부 당신편에서는 장영희 교수가 지닌 문학가로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삶이 다하고 자신이 하는 말이 생애 마지막 말이 된다면, 고르고 골라 좋은 말, 예쁜 말, 유익한 말,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남을 말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힙니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은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p.83)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p.106)

 

4. 사랑

 

아무리 힘들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사랑받는 자의 의무”(p.9)라고 믿는 근원을 알 수 있는데요.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기 바랍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상대방이 알 수 없으니까요.

 

누가 말했던가. 사랑받는 자는 용감하다고.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용감할 수 있다고.”(p.113)

 

사랑받는다는 것은 진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한번 생겨난 사랑은 영원히 자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p.117)

 

5. 희망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p.141) 오늘을 살아낸 모두가 암담한 내일을 살아낼 수 있는 마법 같은 문장입니다.

 

희망을 갖지 않은 것은 어리석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p.142)

 

“‘그만하면 참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 ‘너라면 뭐든지 다 눈감아 주겠다는 용서의 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편이니 넌 절대 외롭지 않다는 격려의 말. ‘지금은 아파도 슬퍼하지 말라는 나눔의 말, 그리고 마음으로 일으켜 주는 부축의 말, 괜찮아.”(p.153)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은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 행진곡 속에”(p.172) 참 용감하고 의연하게 생에 열정을 다하며 살다 간 장영희 교수가 들려주는 사랑과 희망 가득한 인생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오늘을 살아갈 위로와 내일을 향해 나갈 용기를 선사합니다.

 

삶은 작은 것들로시작되는 축복을 함께 누리시기 바랍니다. 2025년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샘터사에서 도서를 협찬 받아, 솔직하게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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