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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각본
셀린 송 지음, 황석희.조은정.임지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평점 :
영화감독이자 극작가로서 활동하는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 같은데요. 저 또한 을유서포터즈로 활동하는 덕분에 누구보다 빠르게 각본집을 손에 넣을 수 있어서 서포터즈로서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각본집은 처음 접해 보는 것이라, 궁금증이 발동해서 받자마자 살펴봤습니다. 한국어판 공식 각본집은 모두 150쪽에 감독의 메시지와 각본, 스틸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고편으로 본 영화가 주는 잔잔하고 절제된 분위기처럼, 지문과 대사가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요. 감독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첫 장은 셀린 송 감독이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들어있는데요. 셀린 송 감독 또한 자신이 12살까지 자란 한국에서 시나리오가 출간되어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인연"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모습에 행복하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12년 만에 화상 통화로 만난 노라와 해성이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담은 지문과 대사 또한 상당히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서로를 보는 둘. 계속 통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끊어야 한다.
해성,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p.44)
해성과 노라가 스카이프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 가운데, 해성이 노라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한 장면인데요. 다섯 마디 짧은 대화로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야 하는 장면이라, 배우들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주저하면서 "보고 싶었어"라는 짧은 한 마디로 속내를 고백하는 해성과 잠시 시간을 둔 후에 "나도, 말도 안 돼."라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노라. 몸짓과 표정으로 말보다 더 큰 의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노라 역의 그레타 리와 해성 역의 유태오의 연기는 상상 이상의 감동이었습니다.
뒷장에는 흑백으로 뽑은 공식 스틸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흑백의 스틸 이미지는 영화 속 장면에 온전히 몰입함으로써, 영화를 보며 느낀 감동을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데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극장을 떠나기 싫었던 그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은 시나리오 형식이지만, 탄탄한 구성과 재미와 감동을 주는 내용으로 인해 단편 소설로 재구성해서 펴내더라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더불어 감독의 친필 사인과 스틸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어, 소장본으로 가치도 충분합니다.
<을유서포터즈4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