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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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뉴욕에서 차로 다섯 시간 걸리는 애디론댁산맥에서 나이팅게일 여름캠프가 열린다. 재벌 해리스 화이트 가문에서 개최하는 캠프로, 상류층과 부유층 자녀 가운데 여자 아이들이 대상이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은 도시와 동떨어진 숲속에서 열리는 캠프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방학동안, 자녀를 돌보기에는 너무 바쁜 부모라서 혹은 자녀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등등. 6주 동안 참가자들은 41조로 나뉘어 각각의 오두막에서 생활하게 되고, 숲속 캠프답게 화장실은 야외에 있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이층 침대 두 개와 랜턴이 있는 머리맡 테이블 1, 소지품을 넣어둘 나무 트렁크 4, 6주 동안 아이들이 생활하게 될 오두막 내부 모습이다. 캠프는 느낌표 모양을 한 미드나이트 호수 남쪽에 위치한다. 호수에는 모터보트 두 대가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건너편 숲속으로 건너갈 수가 있다


하지만 층층나무 오두막을 배정받은 아이들을 제외하면, 그곳으로 가려고 용기를 낸 아이들은 없었다. 건너편 숲에는 전설처럼 전해지는 미드나이트 호수와 관련된 숨겨진 비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캠프파이어가 있던 74일 밤이 지난 다음날 새벽, 층층나무 오두막에 있던 4명 가운데 비비언, 내털리, 앨리슨 세 명의 아이가 사라진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에마는 4명 가운데 가장 어렸고 처음부터 층층나무 멤버는 아니었다. 늦게 캠프에 도착한 바람에 빈자리가 있는 오두막에 배정을 받게 되었고, 방장격인 비비언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실종 당일 새벽에 비비언은 에마가 너무 어려서 함께 갈 수 없다며 내털리와 앨리슨만 데리고 캠프를 빠져나간다


에마가 세 명의 아이를 본 마지막 순간이다. 그날 이후 에마는 나이팅게일 여름캠프를 주최한 프래니를 자신의 전시회에서 만나기 전까지, 15년을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채 보내게 된다.

 

프래니는 에마에게 다시 열게 된 나이팅게일 캠프에 미술교사로 참가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의문을 품은 채 15년 세월을 보낸 에마는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프래니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로써 두 개의 진실에 담긴 하나의 거짓으로 시작된 15년 전 이야기는 다시 그 마지막 거짓말을 향해 새롭게 전개된다


다시 열린 나이팅게일 캠프에서 에마는 의혹을 풀게 될 수 있을지?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어느 영화 대사처럼,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심리전이 치열한 라일리 세이거의 스릴러 작품이다.


두 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 사라진 아이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뛰어났던 비비언에 의해 시작된 게임이다. 비비언은 세 가지 이야기 가운데 한 가지는 반드시 거짓이어야 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찾아내는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게임의 실상은 거짓으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써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이 책에 1부는 두 개의 진실이고 2부는 그리고 하나의 거짓말이다. 455쪽 분량의 소설에 담겨 있는 이 두 가지를 찾아 나서는 책 읽기는 그야말로 시간 순삭 여행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 모두 즐거운 것은 아니다. 낯선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6주를 보내야 하는 여름캠프였지만, 부자들만 갈 수 있는 그곳에 할머니의 유산덕분에 가게 된 에마는 캠프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에르베 르 텔리에가 쓴 장편소설 아노말리처럼 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비일상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와 같이, 비일상의 엔딩을 결정하는 것도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장르의 차이만 있을 뿐 문학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의 본질은 같다. 삶에 대한 부단한 문제 제기다. 독자들을 다양한 상황 속에 주인공으로 만들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해준다


라일러 세이거의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스릴러 소설이 주는 재미를 넘어 독자들에게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안겨준다. 마지막 거짓말, 이 책이 뉴욕타임스 7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저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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