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 세계적 지성이 들려주는 모험과 발견의 철학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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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활기를 가져오는 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쐬는 일에서 시작됨을 일깨워주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다소설가이자 철학자인 그가 쓴 인문 철학서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이 출간되었다. 


지난 펜데믹 기간 동안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격리 시대를 통해 폐쇄된 생활과 온라인 문화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탈진과 권태, 무기력이 그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부터 피곤한 무기력을 극복하고 진짜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파스칼 브뤼크네르 무기력해진 삶을 이겨내고 생의 감각을 회복시켜주기 위한 단서 15가지를 제시한다. 빗장, 여행, 스마트폰, 일상, 사생활, , , , 모험심, 슬리퍼, 일기예보, 에로스, 탈주, 실존, 루틴의 15가지 단서를 통한 저자의 해결방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펜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집과 방에서 보냈다,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도 여전히 자기 방을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SNS를 통해 소통을 하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심지어 타인과 직접적인 소통을 힘들어하는 세대도 생겼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나타난 사회현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집에만 있어도 거의 모든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사기 위해 굳이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일상은 물론이고 OTT서비스를 통해 무료한 시간을 즐길 수도 있고 원격 수업을 받고 재택근무로 일도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음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독의 기쁨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파스칼의 이 말처럼, 이제 사람들은 고독의 기쁨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일까? 저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 방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이 가능하게 된 이 현상은 오히려 앞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행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집 소파에 앉아서 안전한 화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집에 머무르려 하는 욕구가 커진 반면,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19세기 말 폴 라파르그는 저서 게으를 권리에서 의무적 여흥과 소비 사회가 가져 올 결과를 이렇게 예견했다고 한다.

 

이제 게으를 권리가 대중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 가지로 나타나리라. 할 일도 없고 금전적 여력도 없는 인구의 대다수는 밤낮으로 텔레비전이나 동영상만 들여다보면서 기분 전환을 꾀할 것이다.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 그들을 덮칠 것이다. 진짜 활동다운 활동은 특권층의 호사가 되고, 무위도식은 가장 가난한 자들의 짐이 될 것이다.”(p.47)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는 소파에 앉아서 화면을 바라보면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유는 배워야 하는 특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p.49) 수백만 명을 죽이고 중산층을 몰락시키고 친구와 연인을 갈라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유라는 이상에서 우리를 해방시켰다.

 

자유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미래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오늘을 늦추고, 질주를 다스리고, 디오니소스적인 욕망의 무리를 사슬로 옭아매자. 그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진짜 자유를 되찾자.”(p.49)

 

당신의 세상은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는 가상의 공간이 아니다. 당신의 집 문 밖에 있는 공간이 진짜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사람들은 실내복과 실내화에 익숙해졌다. 팬데믹 이후에 수면바지, 실내복, 실내화 차림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닌 듯하다.

 

팬데믹 이후 사적인 것이 공적 영역을 침범하고, 다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든 개의치 않고 때로는 복장 규율까지 무시한 채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아무 데나 출몰한다. 잠잘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일요일 아침에 빵을 사러 나오는 사람들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본다.”(p.174)

 

온종일 이런 차림으로 지낸다는 것은 생활을 지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손쉬운 편안함을 추구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보다 두 발로 곧게 서서 자신의 자세를 의식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p.169)

 

슬리퍼를 신고 걷는 삶은 구두를 신고 걷는 삶보다 흥미롭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기력한 삶을 벗어나는 길은 편안한 소파가 주는 자유를 반납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당신의 집 문 턱을 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빛과 탐색의 존재, 인간으로서 진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책

 

이 책을 통해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 겪는 불안과 권태, 무기력이 비단 현대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문화 경제적으로 개방의 시대였던 20세기가 막을 내리고, 정신과 공간에 빗장이 채워지기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우리 인생에 상쾌한 미풍을 선사하는 인문 철학서이다.


#우리인생에바람을초대하려면 #인플루엔셜 #서평단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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