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어링의 여왕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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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책을 읽었다.

해외에서는 영화화가 벌써 결정되었다고 했고, 나 또한 책을 읽기 전에 책소개만 읽고도 기대가 많이 됐다.

이런 경우 책을 본격적으로 읽으면 둘 중 하나다.

기대했던 만큼 만족하거나,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하지 못하거나.

책을 다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책은 티어링 엘리사 여왕의 후계자이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숨어서 여왕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지낸 켈시가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성으로 가는 여정부터, 켈시가 티어링 내부의 전폐들과 강한 옆나라의 붉은 여왕을 상대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까지가 담겨있다.



각 장은 가상의 티어링 책이나 노래의 인용과 함께 시작된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잘 서술했는데, 켈시가 여왕으로서 티어링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지만, 잘생기고 신비로운 도적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고민하는 등 또래 아이들이 할 법한 생각도 한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친숙하게 느껴지게 했다.

악역인 섭정과 대외적으로 강력하다고만 알려진 모트 여왕(붉은 여왕)의 다른 면모를 볼 수도 있었는데, 특히 100년 이상 모트메인을 통치해 온 강력한 붉은 여왕도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하고, 의지할 것을 찾기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과 악역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었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켈시가 신뢰를 받는 일이 없었던 것도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판타지물과 다른 점이었다.

켈시를 성까지 호위하며 데려갈 여왕의 근위병들도 켈시를 마땅치 않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고 근위병들과 켈시도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초반보다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켈시가 여왕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전적으로 켈시의 말을 따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왕의 근위대장 메이스(라자러스)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근위병들에게 신뢰도가 높았다.

메이스는 물론 다른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왕에게도 든든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메이스의 이런 점 때문에 켈시에게 독이 될 수도 잇다고 생각해서 걱정도 됐다.


그리고 책의 배경 또한 다른 판타지물과 조금 다른데, 책을 읽다보면 티어링의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머릿속에 남는 부분은 켈시의 즉위식이다.

켈시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성에 도착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위식에서 켈시는 공격을 받게 됐다.

하지만 피를 쏟으면서, 도중에 기절하지 않도록 상처를 자극하면서까지 즉위식을 모두 마치는 그 장면은 강렬했다.

그 전에도 큰 사건이 몇 가지 있긴 했지만 나는 켈시에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부분에서 켈시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고, 켈시를 응원하게 됐다.


 "상처가 심각합니다. 곧 기절하실 겁니다."

 "그럼 깨어날 수 있게 날 후려쳐요."

 "전 레이디의 생명을 지키는 게 임무입니다."

 "내 생명과 왕위는 하나예요."

(p.210)


다만 온전한 켈시의 능력이 아닌, 사파이어 목걸이의 힘을 빌려 위기를 헤쳐나가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사파이어 목걸이는 티어링을 위한 켈시의 마음에 반응하기 때문에 이 또한 켈시의 능력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나와 같았기 때문이다.

책과 역사.

켈시는 티어링에서는 흔하지 않은 책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런 티어링에서 모두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이 넘쳐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배운 역사, 티어링 이전의 역사도 중요하게 여겼고,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나와 켈시처럼 책과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다.


티어링 시리즈는 3부작으로, 그 중 한 권인 <티어링의 여왕>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여왕의 푸른 사파이어 목걸이의 정체, 미스터리한 도적 페치, 붉은 여왕과의 전쟁 등...

뒤가 궁금해서 3부작의 나머지를 찾아보았는데 아직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지금쯤 다음 권의 번역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어서 뒷이야기를 읽고싶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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