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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평점 :
*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는 여러 권을 책을 썼는데,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책으로 그를 접한 나에게는 소설이나 다른 장르보다는 전기 작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었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만큼,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또다른 전기인 <메리 스튜어트>도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내가 읽은 이 <메리 스튜어트>는 절판된 책이 다시 번역되어 새옷을 입고 이번에 재출간된 것이다.
메리 스튜어트는 왕비가 여러 번 바뀌어 여섯 명의 왕비를 두었을 정도로 여성 편력이 심한 헨리 8세… 정확히는 그 여섯 왕비 중 앤 불린에 대한 이야기와 후계자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런 이유로 읽은 책들은 잉글랜드 왕실을 중심으로 했으니 메리 스튜어트는 조연일 뿐이었는데,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꽤 흥미로웠다.
메리 스튜어트는 태어난 지 6일만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제임스 5세가 그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데, 그게 아니라도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일단 스코틀랜드라는 나라 자체가 척박했고, 관습이나 문명에 있어서도 주변국인 잉글랜드나 유럽에 비해서 한 세기는 뒤쳐져 있는 상태여서 그리 좋은 유산은 아니었다.
옆 나라에서 은행과 증권 거래소가 번창할 때 스코틀랜드에서는 땅과 양을 세며 재산을 따졌다니 말 다했지.
그런 데다 나라 안팎으로 가톨릭vs개신교 종교 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고(지금도 종교 때문에 전쟁이 나고 난리인데 저때는 어떠했겠는가), 왕조차 귀족들에게 휘둘리고 전장으로 내보내질 정도로 왕권이 약했으니… 여왕이라는 지위가 대단해 보이지만 여러모로 힘든 짐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옆 나라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라이벌 관계라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배경은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었고, 이야기꾼 슈테판 츠바이크의 필력으로 쓰여지니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의 일대기도 그런 면이 있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묘사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예를 들면, 메리 스튜어트는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왕세자와 혼인했는데, 프랑스 왕이었던 앙리 2세가 죽고 메리 스튜어트가 왕비가 되어 권력의 정상에 올라갔을 때.
궁정 행사 가장 앞에 서는 건 더 이상 앙리 2세의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권리가 아니게 되었으니, 그녀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메리 스튜어트가 머뭇거리며 그 옆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출이 극적이지 않은가.
1년쯤 지나 메리 스튜어트의 남편이자 국왕이었던 프랑수아 2세가 죽고 다시 두 여성의 입장이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권력 교체가 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니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는데, 책에는 그런 장면이 종종 등장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장면 묘사와 내면 묘사가 아니어도, 어떤 입장이나 관계를 표현할 때도 인상적인 문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메리 스튜어트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스코틀랜드 섭정을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모레이 백작)는 그녀와 어머니가 다른 이복 오빠인데, 왕족의 혈통으로 인정 받기는 했으나 사생아이기 때문에 왕위 계승권에서 배제된 그를 두고 ‘자연이 피와 얼굴에 새겨넣은 권리를 국가와 종교, 세속의 법이 빼앗아 버리는 비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전기임에도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의 시선과 손을 거쳐 마치 소설 같은 인상을 주는 글이지만, 고문이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받아낸 진술은 배제하고 작가 나름대로의 엄격한 검증을 거친 끝에 나온 글이다.
사진이나 그림 자료는 물론이고 편지나 (과장되었다고 솔직하게 밝힌) 시와 같은 글도 삽입되어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졌을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과 분위기가 더 잘 그려지기도 했다.
왕족이란 정치적으로 결혼과 결혼을 반복하며 관계가 얽혀있고, 거기에서 거기인 이름을 물려주기까지 하기 때문에 제임스 5세, 제임스 스튜어트, 제임스 6세 등으로 비슷하여 헷갈릴 수도 있는데, 책 앞쪽에 친절히 왕실 가계도와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넣어 두어서 인물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좋았다.
영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여왕인 메리 스튜어트도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을 여러 번 했고, 이야기 속 무대도 스코틀랜스, 프랑스, 잉글랜드로 바뀌는데, 세 국가의 가계도를 나눠 넣어서 찾아보기도 수월했고.
그런 배려에다 과연 이야기꾼이다 싶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솜씨가 더해지니,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라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메리 스튜어트>를 읽고 나니 다시 역사에 관심이 가서 다른 역사책도 읽고 싶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